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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승용 uxdragon Nov 23. 2021

운동하는 디자이너 - 바디프로필 편

운동하는 디자이너의 120일간의 도전


1. 운동하는 디자이너, 120간의 도전을 시작하다.


필자는 '데스런'이라는 맨몸 운동 그룹 PT를 하고 있다. 데스런을 접하고 운동을 한지 어느덧 2년 정도가 지났다. 맨몸 운동을 하며 실력도 많이 늘었지만 어느새 반복적인 일상에 지루함을 느꼈다. 요즘 주변에서 많이 도전하고 있는 바디프로필. 40살이 되기 전 마지막 도전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맨몸 운동으로 바디프로필을 찍을 수 있을까요?" 데스런 코치 림태쌤께 다짜고짜 물어보았다. "물론 가능은 하죠. 근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해요."라고 하신다. 운동이 업이 아니기에 운동에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쏟아야 할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몸이 버티지 못할 수도 있다. 이제 나도 나이가 있기에 점점 선택지가 좁아진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할 수 있는 것들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우선은 조금 더 운동량을 늘려보고, 이후에 결정하기로 했다. 이후 운동량을 늘려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바디프로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지금도 운동을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왜 사서 고생하나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더 잘하고 싶은걸 어쩌나.


처음에는 막연히 3개월로 잡고 준비를 시작했다. 그룹 PT 횟수를 늘리고 1:1PT를 추가했다. 식단은 일반식과 다이어트식을 섞어서 먹었다. 운동량이 늘어서 적응이 안 되긴 했지만 그래도 할만했다. 1개월이 지난 어느 날 도저히 이 운동량을 소화할 수는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 순간이 너무 괴로웠다. 이후 코치님과 상담을 하고, 기존 3개월 기간에서 한 달 늘려 총 4개월 동안 진행하로 했다.


이후 운동량을 적당히 조절하고 식단을 좀 더 다이어트식에 맞게 짰다. 하루에 운동을 근력, 유산소 포함하여 두 시간 반씩 꾸준히 했고, 주말에는 유산소, 복근 위주로 한 시간 반씩 했다. 복근 운동(크런치, 레그레이즈)은 매일 30분씩, 유산소 운동(가볍게 달리기)은 매일 한 시간씩 했다. 세 달째 되던 어느 날 식단은 좀 더 엄격해지고, 식단 조절은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운동도 예전처럼 잘 되지 않았다. 졸리고 피곤해서 반쯤은 기절 상태로 운동한 적도 있다. 1:1 PT를 할 때마다 매번 내 한계를 마주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바디프로필 촬영 2주를 남기고 로딩과 밴딩을 진행했다. (로딩과 밴딩은 글리코겐 합성과 연관이 있으며 전문 지식이므로 해당 내용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다.) 결론적으로 로딩 기간에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밴딩 기간에는 반대로 탄수화물 섭취와 수분 제한을 진행한다. 수분 제한도 하루 1리터, 500미리, 250미리, 무수분 이렇게 순차적으로 이루어졌다.


좌) 바디프로필 시작 시점 카톡 대화 / 우) 바디프로필 기간 조정 시점 카톡 대화




2.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느낀 것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예상치 못한 많은 난관과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간단하게 느낀 것들을 적어보았다.


첫째, 준비해야 할 것들이 의외로 많으므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면서 의외로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식단에 맞는 세팅, 운동 스케줄 조정, 주기적인 태닝, 왁싱 같은 것들이 있다. 필자의 경우 촬영을 전문 스튜디오에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컨셉을 몇 가지 미리 준비해서 촬영 작가님과 협의 과정도 거쳤다. 컨셉에 따른 의상 준비도 했다. 팬츠나 컨셉별 의상이 적절한지 고민했다. 팬츠의 경우 해외 배송으로 구매했는데 사이즈가 너무 커서 난감하기도 했다.


둘째, 내가 먹는 모든 음식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높아진다.

바디프로필은 운동과 식단 두 가지로 귀결된다. 결국 살은 먹는 만큼 찌는 것이고, 식단 조절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을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살면서 배고팠던 순간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필자는 배고팠던 적이 별로 없었다.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며 처음에는 일반식과 다이어트식을 병행하며 먹다가, 이후에는 완전히 다이어트식으로 넘어갔다. 처음에는 꽤 할만했지만 나중에는 먹는 기쁨이 없고 의무적인 시간이 되었다. 거의 막바지에는 식사시간이 3분도 채 안될 정도로 무미건조했다. 밥 한 공기, 가래떡 두덩이 이런 식이 었으니 말이다.


식단을 하며 음식의 칼로리와 성분에 대해서 엄청난 관심을 갖게 되었다. 210그람짜리 햇반 1개의 칼로리는 얼마나 될까? 어떤 성분이 들어있을까? 필자의 입에 들어가는 모든 음식의 칼로리와 성분을 파악해서 섭취했다. 그것이 좋은 성분이던 좋지 않던 성분이던 말이다. 그런 습관을 통해 나 스스로를 통제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참지 못한 순간순간들이 있었다. 때로는 양 조절에 실패한 적도 있었다. 닭갈비 같은 진한 양념을 먹었던 적도 있다. 그 순간마다 데스런 창현쌤의 도움으로 식단 조절을 꾸준히 해 나갔다.


식단 관련 카톡 기록. 매일 먹은 것들을 코치쌤께 점검받았다.


셋째, 운동의 강도는 체력의 한계에 맞춰 최대량을 수행한다.

필자의 경우 주 2회 정도 그룹 PT형태로 운동하는 운동 초보에 가까웠다. 그 운동량을 주 5회로 늘려나갔다. 이후 그룹 PT 하루를 1:1PT로 대체했다. 1:1PT는 그룹 PT와는 힘듬의 수준이 달랐다. 그룹 PT의 경우 힘들다 싶으면 충분히 쉴 여유가 되고 내 체력 수준에 맞게 조절이 가능하다. 반면 1:1PT의 경우 내 체력의 한계까지 쏟아내야 했다. 이후 유산소 운동과 복근 운동을 추가했다. 마지막 달의 경우 1:1PT를 주 1회에서 2회로 늘렸다.


넷째, 멘탈 관리는 정말 중요하다.

식단, 운동 강도도 중요하지만 결국 멘탈 관리가 제일 어려웠다. 무너져가는 멘탈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하루하루를 버텨왔다. 멘탈 관리 관련해서는 이전 글을 참고하면 좋겠다. 


바디프로필 준비기간 동안의 인바디 변화. 체중, 체지방, 복부지방, 내장지방은 감소했고, 기초대사량, 골격근량은 큰 차이 없이 마무리되었다.


바디프로필 촬영 중 모습. 촬영은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데스런 강남




3. 바디프로필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1:1 PT가 끝나던 어느 날, 데스런 창현쌤이 촬영 관련한 유의사항을 쭉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바디프로필을 잘 찍고 오라고 하셨다. 코치쌤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필자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많이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그리고 대망의 바디프로필 당일! 당일 오전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촬영 장소인 데스런으로 향한다. 촬영 전 펌핑을 하고 컨셉에 맞게 촬영을 약 3시간 정도 진행했다. 힘주는 동작을 하는 건 어려웠고 생소했지만 촬영은 예상보다 재미있었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드디어 끝이 나긴 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 년의 1/4을 바친 필자의 바디프로필 도전이 종료되었다.


요즘에는 바디프로필을 찍은 후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고 평소에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식단 조절을 안 해도 되니 좋긴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고삐 풀린 삶을 살 순 없다고 생각한다. 슬슬 미뤄뒀던 운동도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완전 다이어트 식단으로 복귀하긴 어렵겠지만, 균형 잡힌 식습관으로 계속 유지하고 싶은 생각이다. 


운동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목표가 있던 삶을 살 때는 그 목표를 향해서 계속 나아갔기 때문에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목표가 끝난 지금 이 시점에서는 약간은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 휴식도 좋지만, 또 다른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목표 있는 삶을 계속해서 이어나가고 싶다. 운동하는 디자이너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디프로필 결과물. 이제 이런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이 글은 [운동하는 디자이너] 시리즈로 작성되었습니다. 아직 이전 글을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해당 글도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1. 운동하는 디자이너 : 수영 편
2. 운동하는 디자이너 : 등산 편
3. 운동하는 디자이너 : 맨몸운동 편
4. 운동하는 디자이너 : 스키 편
5. 운동하는 디자이너 : 바디프로필 편 (현재 글)




Seungyong, Wi (a.k.a ux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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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xd UI lab.

작은 차이로 감동을 줄 수 있는 UX 디자이너를 지향합니다.

작은 동작을 꾸준히 연마해 머지않아 '필살기'를 쓰려고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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