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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가본드 Oct 01. 2022

사유의 실패

폭우가 쏟아지던 날

집으로 오다가 

길바닥에 죽어 있는 게를 발견했다


집에서 반려동물로 키우는 개 말고 

탕이나 찜에 들어가는 수중생물 '게'


꽃게 (A Blue Crab)


게는 오래 전에 죽었는지 

많은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바싹 말라서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게 되어 있었다


나는 궁금했다

어째서 이 게는 

만리타향까지 와서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을까


여기서 제일 가까운 바다는 

인천 앞바다인데

그나마도 가깝다고는 할 수 없고


게가 옆으로 걷는 속도를 생각하면 

여기까지 오려면 

몇 달, 아니 몇 년은 걸릴 테고

그 오랜 시간 동안 

육상에서 어떻게 먹이활동을 했을까


처절하게 산 넘고 물 건너 

여기까지 와서 결국 생을 마감해야 했던 

게의 죽음이 슬펐다

시라도 하나 뽑아내어 헌정해야겠다

시를 쓰자, 시를.


그리고 나서

한참의 시간이 지나 

바로 근처에 중앙시장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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