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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Apr 06. 2022

[입원일기 #9] 주워들은 죽음 이야기

걱정 많은 직장암 3기 환자 가족의 입원일기

우리 병실에서 나가 일직선으로 복도를 따라가다 보면, 빨간 줄이 선명하게 그어진 출입문이 있다. 출입증이 있는 일부 사람들만이 들어갈 수 있고, 보호자들 조차 들어갈 수 없는 위중증 환자들이 모여 있는 곳. 바로 중환자실이다. 이질적이게도 중환자실 앞에는 보호자들이 너나들 수 있는 샤워실과 화장실, 세면대, 식수대가 준비되어 있는데 일상이 머무는 그곳에서는 예상치 못한 죽음 이야기를 주워듣게 된다.

중환자실 바로 옆에 있다보면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온다.


보호자님, 더 이상의 치료를 할지 말지
이젠 결정해주셔야 합니다.
가족 분들과 5분 내로 상의해 알려주세요.

의료진은 더 시도해봤으면 좋겠지만,
수술 전 환자분이 치료를 더 안 받고 싶다는 얘기를 하셨어서, 가족분들께도
한번 더 여쭤보는 거예요.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 알고 계시죠?
오늘 밤, 아니 당장이라도 환자분께서
돌아가실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겁니다.



두껍고 무거운 중환자실 문과 달리, 보호자는 한없이 가벼운 발걸음을 땅에 동동 구르며 언니, 오빠에게 전화하는 모습이다. 죽음을 한 치 앞에 두고도 어느 정도의 선택이 가능하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순간.  만약 저 사람이 나였다면 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선택의 의미가 있었을까? 후회는 하지 않았을까?


병원에서 생활하다 보니 병원 밖에서 보다 죽음과 가까운 이야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수술방에 들어갔다가 8시간 만에 죽다 살아났다”던지, “죽기 직전에 병원에 와서 다행히 살았다”던지, 치료를 하면서도 “아파 죽겠다”며 소리를 지른다던지. 죽음 곁에 최대한 가지 않으려고 애쓰는 의료진, 환자, 보호자들을 보면 죽음은 도대체 뭔가 싶다.


내가 매일같이 잠자는 간이 침대의 모습




문득 내가 자는 간이침대의 머리 부분을 보게 됐다. 이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들이 불편한 건 몸도 몸이지만,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했을 것 같다. 이 베개 속에서 많은 잠을 설쳤을 사람들을 떠올리면 누구일지도 모르는 추상적인 감정에 내 마음도 동요된다.  죽음으로 가지 않으셨으면. 병원 밖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고 계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잠시라도 시간이 생기면 책을 찾는다. 조금이라도  읽고, 보고, 느끼면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는 이유에서다. 나에겐 꽤나 도움이 되는 방법인데, 읽는 속도에는  의미를 두지 않아야 가능하다. 간호와 병행이 되는       눌러쓴 . 오늘도 유지혜 작가님의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읽으며 간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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