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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추천하는아나운서 Mar 08. 2020

[좋아하는시]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좋아하는시_02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_정호승


나는 희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에는 희망이 없다
희망은 기쁨보다 분노에 가깝다
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
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
희망은 희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보다
절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
​희망에는 절망이 있다


나는 희망의 절망을 먼저 원한다
희망의 절망이 절망이 될 때보다
희망의 절망이 희망이 될 때
당신을 사랑한다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고,

절망이 있어야 희망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두운 복도에 발을 내밀어야

센서등이 나를 인식하고서 켜지듯,

절망과 어둠 가운데 수그리고 있기보다

그 안으로 한 걸음 내딛는 것, 손을 내뻗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렇게, 절망(어둠)의 손을 잡았을 때

또 다른 희망(빛)을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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