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
by 서하
내가 진지해질 때마다
슬그머니 시비를 걸며
입꼬리 슬쩍 들어 올리는 사람
마음에 조용히 돌 하나 얹고 가면
그 돌에 이름을 붙이고
돌을 굴려 놀아주는 사람
기도보다
웃음으로 나를 열고,
설명보다
눈빛으로 나를 아는 사람
오늘도 나는
진지하게 무너지고
그 사람은
진심으로 나를 웃게 한다
슬픔을 몰라서 웃는 게 아니라
사랑을 알기에 웃는 사람
내가 다시 살아나는 순간엔
늘 그가 있다.
✥ 모티브: “진리의 영이 오시면, 그분께서 나를 증언하실 것이다.” (요한 15.26)
성 필립보 네리 성인을 기념하며
그분이 보여준 유쾌함과 사랑의 방식에 마음이 머뭅니다.
신앙은 무겁고 고된 짐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 웃게 하는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분은 삶으로 증언하셨습니다.
그리고 문득, 내 곁에도
나를 웃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그 사람은 슬픔을 모르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알기에 웃고, 나를 웃게 합니다.
나는 아직 진지함이 더 익숙한 사람이지만,
진심으로 다가간다면
언젠가 나도 누군가를 웃게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생기네요.
진리의 영이 함께하신다면,
나의 웃음도 누군가에게 사랑의 증언이 될 수 있으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