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4
by 서하
누군가
불 속으로
밀어 넣었지만
나는
이미 불을 안고 있었다
그 불은
내 안에서 먼저 타올라
바깥 불을 삼켰다
누군가
물속으로
밀어 넣었지만
나는
계속 타고 있었다
그 물은
내 불을 꺼뜨리지 못하고
허둥대다 달아올랐다
누군가
뚜껑 덮어
내 숨을 앗아갔지만
나는
내 불을 꼬옥 끌어안고
속삭이듯 타올랐다
불빛 하나—
작지만 꺼지지 않는 그 불이
어둠을
물리치고 있다
✥ 모티브: 그 기쁨을 아무도 너희에게서 빼앗지 못할 것이다. (요한 16.22)
성녀 잔다르크의 생애 (축일: 5월 30일)
『꺼지지 않는 불』
외부의 억압과 시련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내면의 빛, 믿음, 존재의 불꽃을 노래하는 시입니다.
‘불’, ‘물’, ‘뚜껑’이라는 상징을 통해 인간 존재가 겪는 억압을 보여주고,
그 안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내는 영혼의 힘을
‘작지만 꺼지지 않는 불’로 표현했습니다.
이 불은 결코 크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밝히는 희망이 됩니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저항의 언어로, 우리 안의 꺼지지 않는 빛을 되새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