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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호 Nov 01. 2019

운동? 언제든 할 수 있잖아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 혹은 핑계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제에서 제시한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답이라면 그저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으니까.'가 된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움직이기 싫어하는구나.(=게으르구나)"라고 하지만 이와는 조금 다른 문제이다. 내 속도에 따라서 나름 바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학생 때부터 체육시간이 정말 괴로웠다. 생각하는 모양과 다르게 움직이는 몸 때문에 체육과목에서는 영 성취감을 느끼기 어려웠다. (이론을 다 맞았는데도 내신이 9등급이라니!!) 성취감을 느끼기는커녕 우스갯거리가 되기 일수였다. 게다가 겁까지 많으니 저 멀리서 6학년 오빠들이 차는 공이 내 머리를 맞힐까 무서웠고 피구를 할 때는 맞기 싫어서 사력을 다해서 피해 다닌 것뿐인데 혼자 남게 되어 우리 반에 최악의 결과를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이 내가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의 전부가 되지는 못한다. 여타의 사건들을 겪으며 운동을 잘하는 사람들(-가령 무서운 체육선생님 같은, 같은, 같은...)에 대한 존경심 반 두려움 반을 갖고 있고 남이 내가 운동하는 것을 보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그뿐만은 아니다. PT를 받으러 헬스클럽에 간다고 치면 그래도 나는 '고객님'이니까 트레이너 분이 필요 이상으로 무섭게 하지는 않으실 거다. 남들이 나한테 그렇게 지극한 관심을 가질 것 같지도 않다.


우습게도 내가 운동을 시작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운동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언제든 필요하면 하면 되지 뭐', '구청에서 생활체육 프로그램도 많이 열리는데 내키면 하지 뭐'에서부터 '정 안되면 동네라도 걸으면 되지.'까지 이유도 가지가지이다.


게다가 정작 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운동은 만병통치약'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만병통치약인 그 대단한 운동을 준비 없이 시작할 수는 없잖아?' 하는 생각이 있다. 내가 운동을 만병 통치약이라 생각하게 된 데에는 미디어의 영향이 큰데 가령 '세상에 이런 일이'나 '나는 몸신이다'같은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난치병에 걸린 사람이 운동을 하고 아주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철석같이 믿기 때문이다. 몸이 안 좋은데 병원에 가긴 애매한 증상들이 닥치면 '어차피 병원에 가면 의사 선생님은 운동하라 하실 텐데 가지 말자. 운동을 하지 뭐.'가 된다.


또 줄줄이 길게 글을 늘어놓았는데 읽으면서 보니 엉터리 글이다. 대학원 수업에서 논리 수업을 듣고 있지만 내가 든 이유들은 하등의 연관성이 없다. 근거가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근거라고 든 것들은 서로 상충된다. 결국은 '운동이 하기 싫다.'는 이야기를 길게도 써놓았다.


아침에 버스를 타려고 잠깐 뛰고 나서 두 정거장이 지날 때까지 헥헥거렸다. 이제는 정말 안 되겠다 싶어 쓰는 글인데 이번에도 운동을 시작하기는 틀린 듯하다.


<11/5 추가글>

브런치도 이제 빅데이터를 수집해서 각 개인에게 맞는 키워드 글을 소개해 주는가 보다. 운동 글을 쓰고 나서 브런치 "Do you like it?"에 운동 글이 엄청 추천되어 뜬다. 브런치는 작가가 애써 외면한 일도 하게 해 주니 브런치를 빠지지 않고 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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