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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호 Dec 26. 2019

꿈이 너무 강렬하다

꿈 때문에도 인상이 고약해질 수 있을까

몸을 잔뜩 웅크린 상태로 잠에서 깼다. 어른이의 애착 인형을 꼭 끌어안고 온 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꿈에서 위협자에게 쫓기다가 창고에 숨었고 꿈에서 숨은 자세 그대로 잠에서 깼다. 

배경은 중국이다. 나는 한 비밀결사조직에 속한 일원이다. 바깥의 상황은 위험하고 우리는 아지트에 숨어있다. 위협자로 보이는 남자가 바깥에 와 있다. 용기 있는 몇이 밖으로 나가 그 남자를 상대하고 나와 다른 두 명은 현관문 아래에 숨어있다. 문에 유리창이 달려 있어 행여 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게 바닥에 딱 붙어 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바깥 상황이 궁금해서 고개를 들어보는데 그 남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방 안으로 도망쳐서 문을 잠갔지만 불안하다. 뒷베란다를 통해 밖으로 나가도 위험하다.

창고에 박혀서 웅크리고 있다. 밖에서는 이미 위협자에게 설득당한 이들이 달콤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어느덧 남자는 내가 숨어있는 창고 앞까지 왔다. 그의 대화 내용이 들린다. 그의 직업은 변호사인듯하다. 변호사 상담을 하는 척하면서 교묘하게 나를 불안에 떨게 만든다. 나의 부모님이 가짜 만두를 드셨다고 한다. 내가 듣는 앞에서 만두를 판 자를 변호해 주고 있다. 결국 내 가족의 신상까지 털렸다는 두려움이 든다. 몸을 더 웅크리지만 저 사람은 내가 여기 있는 걸 뻔히 알고 있다. 베란다 유리문만 부수면 내가 숨어있는 곳으로 들어올 수 있다. 최대한 오래 숨어있기로 한다.

오늘은 여러 꿈을 꿨다. 그중 마지막 꿈이 저것이다.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어서 때로 내가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곤 한다. 꿈을 기록하면서 추이를 살피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나도 한때 흉내를 냈지만 너무 그 안에 의존하게 되고 내가 전문가도 아니어서 그만두었다. 그저 꿈을 꾸고 어떤 일을 겪으면 '이 문제로 내가 아직도 힘들어하고 있구나.'정도를 깨달을 뿐이다. 


꿈에서 한참을 울기도 한다. 대성통곡을 하고 나면 깨고 나서 마음이 좀 가벼워진다. 마치 인민재판을 받는 것처럼 내가 재판을 받는 꿈을 꾸기도 한다. 이런 꿈은 자주 꾼다. 종교인들이 나를 둘러싸고 손가락질하며 가리킨다. 무수한 말들도 함께 들린다. 사형이 언도되어 형이 치뤄지지만 칼로도, 총으로도, 밧줄로도 질긴 목숨이 끊어지지 않는다. 아픔만 느끼다가 꿈에서 깬다.


꿈이 저모양인 탓에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자는 내내 고통받느라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것이다. 깨고 나서 거울을 보면 주름이 깊게 잡혀있다.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데 나는 40도 되기 한참 전에 고약한 마귀할멈 인상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샘플로 받아온 아이크림을 덕지덕지 발라보지만 소용이 있을 거 같지도 않다. 


'매번 찡그리고 화를 내서 생긴 주름'과 '걱정과 불안이 많아서 생긴 주름'의 모양은 좀 다르게 생기면 안 될까? 글을 쓰면서 습관적으로 미간을 만지는데 벌써 움푹 들어갔다. 미용을 위한 시술을 받을 생각도 없고 그럴 여윳돈도 없지만 중년에 접어들면 피부과에 찾아갈지도 모르겠다.


편하게 잠들고, 편하게 잠 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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