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날 수 없는 굴레: 어두운 이야기
너는 엄마가 정해주는 사람이랑 결혼해야 해
누구 만나는 사람 생기면 당장 엄마한테 보여줘. 아니면(엄마 성에 안차면) 정들기 전에 떨어져야지.
가끔, 그리고 지속적으로 원하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결혼식을 올리는 꿈을 꾼다. 혼인 약속은 즉흥적으로 이루어지고 꿈속의 나는 그 사람이 너무나 싫다. 아니, 낯설다. 처음 보는 사람이니까.
즉흥적으로 이뤄진 혼약이므로 결혼 준비도 없다. 드레스투어 이런 것 없이 집에 굴러다니는 흰 원피스를 입고, 예식 당일 미용사의 손을 빌릴 것도 없이 대충 집에서 세팅 완료해서 식장에 밀어 넣어버린다.
일련의 그런 준비과정에는 엄마가 반드시 등장했다. 외삼촌 내외도 등장한다. 외삼촌 내외가 등장하는 이유는 엄마는 당신의 자식에게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보일 때마다 삼촌에게 전화를 걸어서 하소연을 했기 때문이다. 내 무의식 속에서 외삼촌은 엄마의 판박이, 조력자 정도이다. 엄마는 종종 삼촌 앞에서 내 흉을 가열하게 봤다.
브런치에서 별 에피소드도 없는 사랑 얘기를 풀어놓은 적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절대 이루어질 일이 없는 상대를 골라서 사랑에 빠졌다. 나의 사랑 행태가 그래 왔다는 걸 깨달은 게 몇 년 전이다. 남들에게 늘어놓는 첫 번째 이유는 '사람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고, 속에서 꺼낸 진짜 이유는 '어릴 적부터 내면화 해온 두려움 때문'이다.
어차피 엄마 마음에 안 들면 진행될 가능성도 없는 관계이니 애초에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너무도 효율적이고 현명한 판단이 아닌가?
한참 크면서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문제(?)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공감하며 동시에 엄마를 미워했다. 이제는 미움이라는 감정과 이유모를 안쓰러움이 겹쳐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는 감정을 느낀다.
브런치에서 종종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꺼내놓는 작가님들의 글을 만난다. 그중 양육자와 관련된 글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울분이 올라와 즉흥적으로 글을 쓴다. 글을 쓴 이후엔 울분과 함께 죄송함과 죄책감이 밀려온다.
나는 여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