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것보다 무던한 편이 살아가는 데 편하겠지만, 나는 소리에 예민하다. 남들이 안 듣는 소리도 잘 듣고 특정 소리는 심하다 싶게 싫어한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원치 않는 소리가 들리면 온 신경이 반응을 하니 나도 참 괴롭다.
특히 음식을 쩝쩝거리는 소리는 참고 들어주기가 힘들다.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보다가 등장인물이 음식 먹는 소리에 질겁을 하며 이어폰을 뺀다. 지하철 내 등위에 서서 쪽쪽- 메로나를 빠는 아저씨들 때문에 칸을 옮기고 싶었다. 온 버스에 다 들리도록 껌 씹는 소리도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긴 시간 이동해야 할 때는 아예 귀마개를 챙겨 다닌다. 재밌는 건 귀마개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랄 맞은 예민함이 덜해진다는 것이다. 귀가 고통스러우면 언제든 꺼내서 낄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안도감일까.
불안도 병인 것인지 생활이 좀 빤-하다 싶으면 그다음 불운이 '나 여기 있소' 하고 나타날까 두렵다. 어두운 과거에 갇혀 있는 탓에 불시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상처를 줄까 되려 겁먹는다. 이런 생활 속 두려움에 맞설 수 있는 귀마개가 있으면 좋겠다.
잘못하지 않은 일에 미안해하며 절절매지 않기. 내 일을 양심에 맞게 그리고 최선을 다해 마치고 나면 결과에 전전긍긍하지 않기. 이 두 자세를 새해 목표로 삼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