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가 되는 이유
나는 종종 미아가 된다
나밖에 모르는, 내가 제일 잘 아는 길인데도
어느샌가 나는 또 길을 잃고 있다
졸졸졸 기억을 따라가면 답을 찾을 수 있을 텐데
그 기억 속에서 나는 미아가 되곤 한다
나는 저 사람이 밉다
이유는 잊어버린 채, 그저 미움만이 떠오른다
이유도 모르면서, 미워하기만을 계속한다
미움이 미움의 이유가 된 지금
나는 계속 저 사람을 미워해도 될까
나는 계속 저 사람을 미워해야 될까
떠오르지도,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미움의 이유를 찾아야 하는 걸까
어쩌면 미움으로 이유는 충분한 게 아닐까
분명 과거의 내가 이유를 찾았었을 테니까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너무나도 사소한 이유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가 보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저 사람이 밉다
저 사람을 미워한 그때의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그렇게 계속 그 사람을 미워하기 위해서
기억을 되짚으려는 저 손을 뿌리치고
나는 또 미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