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가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때때로 이런 생각에 빠지고는 한다. 아마 그런 사람은 없겠지. 만일 있다면 그것은 분명 나 자신일 게다. 오직 나만이 이런 나를 사랑해줄 수 있을 테니까. 점점 더 어긋나고 점점 더 흉해지는 내 모습은 모두 나의 책임이니까. 그러니 나만은 나를 사랑해야 하겠지.
조금씩 무너져간다. 쌓아 올라온 것들을, 붙잡아온 것들을, 하나씩 제 손으로 무너트려가고 있다. 그만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다. 이미 시작한 일인 걸. 여기서 멈추면 지금까지의 나는 스스로에게마저 부정당할 테니까. 나만은 나를 긍정해야지. 나만은 나를 사랑해야지.
그러니 오직 나만이 나를 벌할 수 있다. 사랑하니까. 후회하니까. 구역질이 나오니까. 가면이 벗겨지기 전에 나는 바보가 될 수 있을까. 이 가면이 언제쯤 다 떨어질까. 두렵다. 벗고 싶지 않다. 사실은 가면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아니, 아닌가. 내가 왜. 하긴 어쩔 수가 없나 봐. 나는 이렇게 나쁜 사람인 걸.
나는 좋은 사람이 맞는 걸까. 그렇게 믿으며 살아왔지만, 그렇게 행동하며 살아왔을까. 나는 좋은 사람이다. 분명 내 머릿속에서만은. 그렇기에 나는 나쁜 사람이고 벌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그 벌은 내가 직접 주는 걸. 그럼 나는 또 좋은 사람인 게 아닐까. 글쎄, 모르겠다.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쓸모없는 고민에 뛰어들어 쓸데없이 아파하며 온종일 호들갑이라고.
사실은 알고 있다. 언제든 내가 손을 뻗으면, 그 손을 잡아줄 사람들이 내 곁에는 너무나 많이 있다는 걸. 하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나 혼자만의 감정에 빠져버리고 만다. 빠져버리려고 한다. 그러다 또 깨어나고 다시 또 떨어지고. 참으로 모순적인 사람이구나. 언젠가 내게도 끝이 올까. 그럼. 오직 나만이 끝나야 하는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