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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식 Apr 28. 2023

망하지 않는 창업!

[윤준식 사용설명서(8)] 2023.04.28.

드디어 마지막이다. 8편을 쓰는데 2022년 6월 7일부터 시작해 2023년 4월 28일로 마무리되다니, 정말 오랜 시일이 걸렸다. 덕택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된 건 좋았다. 다만, 노력에 비해 성과물은 더디고 저조하다.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한계를 설정한 것인지도 모르고, 작성한 글들로 인해 오해 아닌 오해가 더 늘어났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건 감수하기로 마음 먹고 시작했으니 앞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려고...


    *지난 편

         (1편) 지식 https://brunch.co.kr/@ventureman/31

         (2편) 기술 https://brunch.co.kr/@ventureman/32

         (3편) 경험 https://brunch.co.kr/@ventureman/34

         (4편) 성격 https://brunch.co.kr/@ventureman/37

         (5편) 행동특성 https://brunch.co.kr/@ventureman/38

         (6편) 사고특성 https://brunch.co.kr/@ventureman/40

         (7편) 감정특성 https://brunch.co.kr/@ventureman/41



(8편) 자질

"자질론은 원래 카리스마 리더십을 논할 때 이야기되던 것"


자질이란 타고난 성품이나 소질을 말한다. 혹은 어떤 분야에 대한 능력이나 실력을 말한다. 여기까지는 사전적 정의다. 그런데 보통 "자질을 논한다"고 하면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어떤 자리를 맡는데 그 사람이 적합한가의 여부를 따질 때다. 보통 입사시험을 볼 때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전형처럼 자질을 논할 때도 이와 비슷한 2단계 구조를 갖곤 한다.


첫번째는 외형적인 면이다. 이는 외모를 포함해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는가로 판단한다는 거다. 요즘은 잘 안쓰는 말인데 과거에는 '풍모()'라는 표현을 썼다. 사실 풍모는 풍채와 용모의 준말로 체구, 체격, 체형과 얼굴과 모발상태, 나아가 표정까지 살피는 광범위한 인물평인 거다. 요즘 시대를 외모지상주의라 하지만, 어찌보면 요즘보다 과거가 더 심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2차 평가에선 외형평가 이상의 복잡다단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학력, 경력을 비롯해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어디서부터 어디인지를 평가하는 건데... 문제는 갈 수록 이런 평가보다 정치적 평가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나 할까? 근데 진짜로, 정말로 민주당 지지성향이냐, 국민의힘 지지성향이냐 이런 걸 따지는 곳도 있다. 특정 정무 기관의 경우 정실인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당연한 일일 수도 있는데, 그것과 무관한 곳도 그런 걸 따지는 곳이 있다. 종교적인 것도 마찬가지... 이외에도 정치적 평가에는 사내정치도 좌우한다. 누구 빽인지, 어느 라인을 타고 움직이는 건지...


불행히도 나는 이런 2가지 평가를 받아볼 기회를 많이 가져보지 못했다. 무명소졸이니 미관말직을 전전하는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사업자등록을 한 덕에 '대표님' 소리를 듣고, 신문등록을 했기 때문에 '편집장', '발행인'처럼 귀에 달콤한 소리를 듣는 정도다.


그렇다고 해도 나 또한 타인으로부터의 평가를 피해갈 수는 없다. 특히 나처럼 성찰지향의 사람들은 긍정평가 보다는 부정평가에 더 귀를 기울인다. 자신을 단련하고 더 나은 나를 만들기 좋은 재료들이기 때문이다. 더러는 어릴 때부터 아직까지도 듣고 있는 부정평가도 있지만, 세 살 버릇을 못 고쳐서가 아니라 내가 좀 더 향상된 만큼 난이도가 더 올라간 부정평가임을 확인하며 성장에 노력한다.


사람들이 대놓고 지적하는 부정평가들은 크게 둘로 나눠진다. 죽었다 다시 태어나도 바꿀 수 없는 것과 노력 여하에 따라 다소 좋아질 수 있는 부류다. 


첫째는 외형, 체질, 근원적인 성격 같은 거다. 그러나 이런 것도 자본의 투자가능성과 훈련에 따라 많이 변화시킬 수 있다. 인간의 수명이 기이이이일어진 것도 이유다. 50년 인생으로는 답이 안나오지만, 100년 인생으로 따지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게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생활습관, 경험의 부족, 지식의 부족 등의 부류다. 이건 정말정말정말정말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진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것도 나는 이런 부류로 본다. 꾸준한 식습관 변경과 운동이 필수인데, 덜 먹고 더 뛴다고 단순히 생각하지만 그동안의 습관과 결별하고 건강과 음식과 운동에 대한 새로운 지식, 도전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경험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는데 원래 자질론은 리더십 이론에서 등장하는 내용이다. 리더십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인 '카리스마 리더십'에 대한 걸 이야기하며 언급하는 내용이다. 학창시절 들여다봤던 내용을 정말 오래간만에 떠올리다보니 교과서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만 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렇게 이론도 아닌 이론 비스무레한 썰만 풀고 있는 이유는... 나도 나의 자질을 말하기가 매우 난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한 심정으로는 빨리 읽히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다. 지금까지처럼 지루한 글을 늘어놓으면 중도에 이탈하는 독자가 많다는 걸 알기에 그걸 교묘하게 사용하고 있는 거다. '자질론'에 대한 인사이트가 필요했거나, 정말 나라는 사람에게 관심있는 자만이 여기까지 도달했으리라 생각하고 지금부터 나 자신의 자질론을 펼쳐보겠다.


방금 자질론이 카리스마 리더십을 설명하며 표현된 내용이라 했다. 그런 유형으로 설명하자면, 우선 나의 풍모는 문무를 겸비한 중급 이하 조직의 리더십에 적합한 인물인 것처럼 평가받는다. 얼굴형이 60년대 남자배우와 비슷하다보니 그런 듯한데, 실제 실무조직에서는 N0.3나 No.2 정도를 배정받는게 다반사다.


사실 나는 문무를 겸비한 사람은 아니다. 운동신경도 꽝이고, 스포츠나 야외활동을 즐기지도 않는다. 체력도 저질체력이다. 다만 생겨먹은 거만 그런 거다. 군대에서도 그랬다. 전투근육은 꽝인데, 작업근육만 발달한 전형적인 짐꾼이다. 겁도 제법 있어서 용감무쌍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성격 면에서도 겉보기에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고집이 있어 보인다. 역시 윤씨 고집이다", "공명정대해 보인다"는 소리를 듣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소심하다. 나의 덕질을 위해선 다른 중요한 일을 포기할 수 있다. 다만 공과 사의 구분은 명확해서 직업이 가정보다 우선하는 그런 점은 있다. 따라서 가족들은 나를 번외의 멤버로 취급한다. 


또한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알게되는 진실은 굉장히 까탈스러운 면이 많다는 거다. 뭐든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 무언가를 얻어도 쉽게 흡족해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나도 알지 못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어서다. 예를 들어 여자 친구가 "나 이뻐?"라고 물으면 대부분 "응, 이뻐!"라고 응수하지만, 나의 경우 "고작 이 정도를 가지고 이쁘다고 하면, 정말 대단한 미인을 만나거나 더 이쁜 상황을 맞닥뜨리면 대단히 곤란할 것 같다. 다만 지금 나의 대답은 이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니까 상처받지 말라"는 이상한 대답을 한다.


이런 괴벽은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현을 이상한 칭찬으로 돌려 한다. "저는 함부로 칭찬같은 걸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글의 도입부분에서 언급하는 이 개념은 참신하고 독특하네요. 끝부분까지 잘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이 말인즉, 도입부분 다시 검토해서 그에 맞게 글을 다시 써달라는 내용이다.


그래서 나를 처음 알아가는 사람들은 상당히 관대하고 너그러우며, 시야가 넓고 모든 것을 아우르고자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점점 더 알아갈수록 까탈스럽고, 비위 맞추기 어렵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심지어 지금 머릿 속은 안드로메다 은하 어느 항성계를 떠돌고 있는지 감잡을 수 없다고 여긴다. 다들 그렇게 내 곁에 머무르기 시작하다 하나 둘 떠나갔다.


이런 이유를 종합할 때, 나는 프로페셔널한 사람이 못된다. 따라서 프로페셔널한 집단을 이끄는 수장같은 건 꿈꿀 수 없다. 다만, 나와 유사한 괴이한 인물들과는 잘 지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소위 자기만의 비장의 수를 지닌 스페셜리스트들과 죽이 잘 맞는다는 건데... 대부분 이들의 특성은 덕후들인 경우가 많다. 다들 덕후인 것을 숨기고 있지만, 내가 접근하면 자연스럽게 커밍아웃 하시더라는... 그렇다고 해서 매니아 비즈니스에 적합하냐? 그건 또 아니다. 언젠가 다른 기회가 있으면 자세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여튼 풍모와 달리 탑 리더에 적합한 인물도 못되고, 특이한 인간들과 어울리기만 한다는 점에서 자질론은 나에게 잘 어울리는 평가기준은 아니다. 따라서 나의 자질을 논하고자 한다면 지금까지 지나온 길들을 토대로 '아직도 성장하는 인간-윤준식'으로 제3자가 판단해야 할 것 같다.


따라서 나는 나의 자질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몇 가지로 정리한다면...


(1)멀티 미들맨: 이것저것 잘한다. 야구의 중간계투나 유격수, 축구의 미드필더 같은...

(2)역경지수가 높다: 실패를 많이 해봐서 견뎌내는 힘이 강하다.

(3)공격보다는 수성: 대박치는 마케팅은 못해도, 회사를 지키고 위기를 돌파하는 역량이 있다.

(4)행운의 사나이: 3년 전부터 30년 대운이 시작되었다. 반면 그전 30년은 뭘 해도 안되는 운.

(5)비즈니스 스토리텔러: 클라이언트의 비즈니스가 갖는 명분과 정당성, 미래비전을 발굴해낸다.

이외 다수...


정리해놓고 나니 매우 부끄럽다. 그래도 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내 이야기를 알지 못할 것이다. 이에 따라 나의 비즈니스 에피소드를 토대로 한 자전적 창업책을 저술할 마음을 먹었다. 원래 지난 2016년에 공저로 써낸 <망하지 않는 창업>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의 후속편을 써야겠다는 결심이다. 


<망하지 않는 창업>은 자영업과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을 다루었다. 개정판 수요가 있었으나 함부로 펜을 들지 않았고, 진행하더라도 공저 프로젝트로 시도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파트너십을 이루기로 한 사람들이 미지근하기만 하다 점점 온기를 잃어가고 있어 나 혼자의 프로젝트로 시도하는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언제 시작해서 언제 완성된다는 보장은 못하겠다. 하지만 결심했으니, 그리고 나의 자질을 평가받기 위한 성장과정은 필요하니 어떻게든 시작해 보려고... 어쩌면 다른 브런치 매거진이나 브런치북으로 펴낼지도...


지금까지 총 8편의 윤준식 사용설명서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8편 이후에도 윤준식 사용설명서는 간간이 계속 연재될 것이다. 새 연재는 또 새 연재로... 또 새로운 만남과 인연으로... (시즌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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