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트 Sep 24. 2021

어둠이 보여준다

해가 짧아진 걷기

걷기는 하는데 드라마틱한 결과는 아직 없어 실망스럽긴 한데...

그래도 6개월은 걸어봐야 예전처럼 잘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집에서 출발해 목표는 코스트코까지다. 얼마 전만 해도 오후 9시 30분 즈음은 되어야 석양을 만날 수 있는데 9월이 지나고 10월이 곧 온다고 8시도 안되었는데 이미 해가 사라지고 안 보인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며 즐기기에 크게 위험한 느낌은 없다. 최근 스탠리 파크에 코요테 등장으로 몇몇 사람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해서 어두워지면 들어가지 못하게 울타리를 치고 관리하는 사람까지 둔 걸 보았다. 하여 집 앞 비치길에서 동쪽인 예일타운을 향해 걷는 길에 만남은 반대편 스탠리 파크 쪽보다 불빛들이 매우 바빠 보인다.


하루 종일 컴퓨터를 보고 일하며 시간 날 때는 TV나 핸드폰을 보니 눈이 쉬는 시간이 없는데 그나마 두어 시간 걸음에 보이는 게 많다. 특히 바다를 곁에 두면서 살고 있는 호사는 행운이라 생각한다. 코로나만 아니면 많은 여행자들로 북적였을 도시니 분명 돈을 들여오고 싶은 곳에 내가 밥 벌어먹고 살아가니 누릴 수 있을 때까지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도 늘 한국이 그립다. 그 어딘가에 무엇을 하든 그 분위기가 그립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말이다. 아이... 빨리 은퇴하고 싶네. 또~)


점점 더 빠른 시간에 어둑해지는 계절 속의 어둠은 낮에 만나는 자연빛과 달리 인조 불빛이 자연과 서로 만나서 새로운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어두워야만 볼 수 있는 다른 것들이 아름다움을 더하기도 한다.

자신의 빛이 가장 크고 멋지다고 뽐내고 있는 듯 내미는 달빛도,

빌딩에 켜진 조명 빛이 물결 위에 부딪혀 만들어낸 빛의 흔들림도,

하늘과 바다를 잇는듯한 다리의 클래식한 구조물도,

카메라 렌즈로 더 밝고 더 어둡게 보이는 자연과 인공을 가르는 실루엣 라인도,

바쁜 낮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휴식을 보여주는 바쁜 불빛들도,

모두가 어둠이 내려앉을 때 보이는 것들이라 오늘도 한껏 즐기고 돌아왔다.




#캐나다밴쿠버 #만보걷기 #어둠 #불빛 #세로본능 #걷다본그림같은동네

매거진의 이전글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