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진 못하더라도

고마워요

by 아나스타시아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온 후 한 동안 사람을 피했다.

내 친한 친구도, 가족도 모두 피했다. 내가 마치 우울한 바이러스가 된 것만 같았다.


그런 바이러스에게 사람들은 늘 꽃을 건네주었다.


데이지를 좋아할 것 같지만, 데이지 철이 아니라 비슷한 걸 준비했다며 미리 해피벌스데이, 한국으로 조심해서 돌아가라며 Susana는 해바라기를 안겨주었다.


휴직 후 복귀날이 생일날이라 너무 좌절스러웠을 때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핑크색 튤립을 하늘색으로 예쁘게 포장한 꽃을 나에게 생일 선물로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성격에 절대 그러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이 나의 퇴사 소식을 듣고는 한 걸음에 달려와 준 친구는, 퇴근길 회사 앞에서 보았다며 라넌큘러스 한 다발을 사 와 직접 손질을 해서 내 방에 살아있는 것을 꽂아 주고 갔다.


집 밖에 나가는걸 힘들어하는 나를 위해 강서 구석까지 모여준 친구들은 이왕이면 '너 혼자 산다'라고 생각하지 말고 얘라도 잘 키우라며 예쁜 핑크색 수국을 내밀었다.


꽃을 선물로 줄 거면 차라리 돈으로 달라는 말


하루하루 죽어가는 것 같은 사람에게 매번 예쁘게 살아있는 것을 보면서 '너도 예쁘게 살자'라고 응원받아보면, 쉽게 나오지 않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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