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유기견도 책임 분양하시죠? 인터넷에서 치와와를 보고 왔는데요.”
“그 친구는 벌써 나갔고, 다른 애기가 있는데 보실래요?”
두 달 만이었다. 내 앞에 한 여자가 섰다. 문 이음새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어떻게든 나를 쓰다듬으려 했다.
“저 이 친구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럼요, 얘가 이렇게 누구 보고 꼬리 흔드는 건 처음이에요. 머리 상처는 저희가 2주 동안 약욕 샴푸 해드릴 거고요, 지금도 머리가 많이 난 거예요. 특가상품으로 나온 아이라 질병이나, 분양 후 건강문제에 대한 조건, 연계병원 서비스가 없는데 그래도 어떠세요? 얘가 이렇게 누굴 좋아하는걸 처음 봐서요.”
“그럼 이 아이로 데리고 갈게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계약서 가져올게요.”
“아가 이름은 뭐가 좋겠니? 쬐끄만한게 까만 콩 같으니 우리 ‘깜콩이’로 할까? 누나가 집 잘 치워 놓을게 내일부터 누나랑 살자 콩아?”
난생처음으로 나를 안아준 여자는 다정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몸에서 나는 오줌 냄새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이제 사랑이 담긴 ‘깜콩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다음날, 나는 종이 상자가 아닌 밖이 잘 보이는 이동장에 넣어져 새 집으로 왔다. 깨끗하고 넓은 집. 무엇보다 울타리가 없는 집. 나는 이제 이 집의 콩이다. 이 여자는 본인을 ‘누나’라 부르라 하였다. ‘누나’는 집을 둘러볼 틈도 없이 나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얼른 접종을 시작하고 싶은데요.”
“지금은 영양실조 상태라 안될 것 같습니다. 가게에서 작아 보이게 하려고 또 밥을 안 먹였네. 1kg가 넘어갈 때 까지는 접종 대신 성장에만 신경을 써주세요. 지금 상태로 접종을 맞았다간 쇼크가 올거예요. 그리고 머리 상처는 흉터로 남아서 계속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약욕 샴푸로 1주일마다 케어해주면 괜찮다고 하던데 아닌가요?”
“약욕 샴푸요? 그건 절대 사용하지 말아 주세요. 성견한테도 독한 게 약욕 샴푸예요. 지금 이 비듬 보이시죠? 피부가 약한 강아지에게 약욕 샴푸를 사용하셔서 그런 거예요.”
그 날 나는 처음으로 사람의 눈물을 봤다. 밥은 하루 두 번 작디작은 컵도 채울 수 없을 만큼 주고 나를 ‘뚝배기’라 부르며 따가운 물로 목욕을 시키던 그런 사람들과는 달랐다.
“우리 콩이 작아서 귀엽다고, 예쁘다고 해서 미안해. 튼튼하게 키워줄게. 아무도 널 아프지 못하게 지켜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