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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조 Aug 26. 2022

작은 것의 소중함

사랑으로 따뜻한 일상

  밤, 해가 지고 난 후부터 다시 해가 떠오르기 전까지의 시간, 그중에도 까마득한 한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일상을 살아낸 후 나만의 삶을 갖기 위해 겨우겨우 붙잡은 시간이다. 이 밤을 꼴딱 지새우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내일이라는 현실 앞에 욕심을 내려놓는다. 이 소중한 시간에는 사방이 고요하고 하늘에 별이 가득하며 풀벌레 소리가 정감 있게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한밤의 감성에 젖어 우아하게 독서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싶다.


  하지만 창 밖에 펼쳐지는 모습은 내 바람과 전혀 다르다. 간간이 들리는 풀벌레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들린다. 누군가의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소리와 신경질적인 자동차 경적 소리가 한밤의 감성을 산산이 부수어버린다. 달력과 온도계의 숫자나 나침반과 내비게이션의 방위 안내에 밀려 별빛은 그 의미를 잃고 방황한다. 별은 도심의 하늘에서 자신의 빛을 거두어들인다. 창 밖으로 누런 지상의 가로등 불빛만 어두운 하늘에 반사된다.


  그래도 의지를 갖고 붙잡은 소중한 시간이다. 책상에 앉아 오래된 스탠드를 켜면 순식간에 사방이 밝아진다. 마치 내가 앉은 책상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빛을 뿜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나의 글과 그림이 공책과 도화지에서 아지랑이처럼 떠올라 스탠드의 빛과 함께 창 밖으로 무한하게 흩어진다. 빛이 아늑하게 내려앉은 책상을 손으로 훑으면 빛이 날아갈세라 연필과 지우개를 사용함에도 항상 경건한 마음을 갖는다.


  늦은 시간에 빛을 뿜어내는 스탠드가 있어 나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래서 스탠드가 참 소중하다. 하지만 이런 시간을 반기는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스탠드도 이 시간을 기쁨으로 반긴다.

  '네가 날 밝혀주어 기뻐.'

  이렇게 내게 말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내가 스탠드의 도움을 받지만 스탠드가 기쁜 이유는 빛을 내는 것이 그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어둠이 있어야 자신의 존재 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 그는 어둠이 내려야 주어지는 자신의 목적에 충실하다.


  스탠드는 책상 위에서 자신의 역할이 주어지기를 숨죽여 기다린다. 그렇기에 오랜만에 밝히는 빛에 그도 설렐 것이라 짐작한다. 
가슴이 설레는 그를 실망시킬 수 없다. 오늘은 읽던 책을 끝까지 읽겠다고 다짐한다. 그가 자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오늘 맘껏 느끼도록 해주어야겠다.


  '고마워, 네가 없었다면 난 너무 일찍 잠들어 버렸을 거야.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해 준 고마운 너!'


  조명이 비치는 책상 위를 쭉 훑다가 작은 물건들에 시선이 맺힌다. 책상 위의 반쯤 키가 작아진 연필과 네 귀퉁이가 모두 닳아버린 지우개, 얼마 남지 않은 공책 등의 작은 물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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