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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미 Nov 01. 2020

육아 초보이지 인생 초보는 아니니까

내가 살아온 대로 아기도 키워보자

"어떻게 그런 에너지가 나와?" 10년 전에 육아를 시작한 친구가 물었다. 아침부터 친구에게 집에서 오래 머물수록 커피를 맛있게 먹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새로 주문한 콜드 브루로 만든 라테 사진을 카톡으로 보냈다. 친구는 내가 임신했을 때 나처럼 바깥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집에서 머무는 것을 잘 버틸 수 있을지를,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 더 걱정했다. 나도 정말 아기가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시기가 될 때까지 혼자서 육아를 담당하게 되는 건지, 만일 그렇다면 얼마간 외출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 상상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80일 동안 신생아를 돌봐온 지금의 상황은 며칠씩 집 밖으로 못 나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외출을 못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니다. 아기를 돌보다 보면 하루가 생각보다 금방 가기도 하고, 아직은 아기와 함께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할 때가 많아서기도 하다. 그리고 외출을 하지 않아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는 단 한 시간이라도 외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노력해본다. 살면서 언젠가부터 정말 힘들어서 스스로를 감당 못할 상황까지 나를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힘들다는 신호가 올 때, 주변 사람들에게 미리 그 신호를 알려줘서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신호가 울리지 않도록 매일 조금이라도 내가 행복한 것을 찾아서 스스로 좋은 에너지를 얻는 방법들을 사용하게 됐다.


그리고 불안해질 만한 정보에 노출시키지 않는 노력을 한다. 임신했을 때 처음엔 너무 모르는 게 많아서 불안한 밤에는 인터넷 검색을 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더 불안해지는 감정을 느꼈다. 병원에 가는 날 산부인과 담당의 선생님께 물어보면 오히려 별 일 아닌 일들이었고, 먹는 것에 대해서도 선생님의 기준을 따라가 보니 다른 정보가 필요하지 않았다. 주변 경험담을 듣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른 적용이 필요한 것도 있었다. 육아로 넘어오니 마찬가지 상황이 펼쳐진다. 아이에 대해 궁금하면 소아과 의사 선생님께 물어보는 것이 빠르고 걱정을 줄이는 방법이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질문들 중 많은 내용들이 불안할 때 올리는 상황이고, 답변을 읽다 보면 한 가지 해결책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서.


대학 선배 언니가 출산 전에 이런저런 걱정을 하던 내게 "연륜이 있잖아, 잘할 거야. 걱정하지 마."라고 했는데, 무슨 말인지 조금 알 것 같다. 육아는 이제 시작이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지 찾으며 살아온 40대다. 육아 초보이지, 인생 초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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