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여행 최고의 단점은 밤이 심심하다는 거다.
야경이며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이지만
무엇보다도 안전, 안전이 우선돼야 하기에 밤은 길고도 길다.
어둑해져 숙소로 돌아오는 길
긴긴 밤을 함께 할 간식이 변변치 않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불안하고 허전해졌다.
이미 20,000보를 걸은 오늘, 밤참거리를 사러 낯선 길을 또 뒤지고 다니는 건 못하겠다 싶었을 때,
불현듯 숙소 옆 건물 1층에서 본 케밥집 간판이 떠올랐다.
위치는 딱 좋은데 케밥... 밤에 먹기는 너무 무겁지.
그냥 평이 어떤지 알아나 보자.
작은 케밥집이 검색이나 될라나?
숙소로 돌아오는 트램 안에서 검색해 본 케밥집의 평점은
.......
무려 4.9
아, 이런! 코앞에 맛집을 두고 여태 뭐 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9시가 넘은 시간에 케밥을 먹을 수는 없다.
궁금하면 다른 날 먹지. 게다가 케밥을 먹으려면 최소한 맥주 한 캔은 같이 해 줘야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거늘 맥주를 매일 먹게 되는 것도 싫고,
그리고 아마도 케밥집은 이미 문을 닫았을 것 같다.
그런데
다음으로 미뤄 둔 일 중에 하게 된 일이 있던가?
먹을 것, 살 것은 눈에 보였을 때, 생각이 났을 때 해치워야 한다는 걸 얼마나 여러 번 깨달았던가!
요구르트...
사놓은 요구르트가 있으니 정 아쉬우면 그걸 먹...
내 일생의 추억과 정서적 자양분을 만들어야 할 ‘프라하의 밤’에
혼자 요구르트나 떠먹고 앉아 있는다고?
내 시간을 너무 성의 없이 대하는 거 아냐?
케밥집의 영업이 끝났기를 바라는 것인지, 아직 영업 중이기를 바라는 것인지
내 마음 나도 모른다.
트램에서 내려 보니 케밥집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지만
손님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재료통에는 뚜껑이 덮여 있다.
분명히 영업이 끝난 분위기. 잘 됐네... 하면서도 주춤주춤 문을 밀어 보는 건 왜일까?
저... 끝났나요?
<에필로그>
이 맛있는 걸 놓고 왜 갈등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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