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호양이 Jul 15. 2024

15. 먹을까? 말까?

케밥 맛집 발견

홀로 여행 최고의 단점은 밤이 심심하다는 거다.

야경이며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이지만

무엇보다도 안전, 안전이 우선돼야 하기에 밤은 길고도 길다.     

프라하 밤 거리

어둑해져 숙소로 돌아오는 길

긴긴 밤을 함께 할 간식이 변변치 않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불안하고 허전해졌다.

이미 20,000보를 걸은 오늘, 밤참거리를 사러 낯선 길을 또 뒤지고 다니는 건 못하겠다 싶었을 때,

불현듯 숙소 옆 건물 1층에서 본 케밥집 간판이 떠올랐다.      

위치는 딱 좋은데 케밥... 밤에 먹기는 너무 무겁지.

그냥 평이 어떤지 알아나 보자.

작은 케밥집이 검색이나 될라나?

숙소로 돌아오는 트램 안에서 검색해 본 케밥집의 평점은

.......

무려 4.9

아, 이런! 코앞에 맛집을 두고 여태 뭐 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9시가 넘은 시간에 케밥을 먹을 수는 없다.

궁금하면 다른 날 먹지. 게다가 케밥을 먹으려면 최소한 맥주 한 캔은 같이 해 줘야 하는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거늘 맥주를 매일 먹게 되는 것도 싫고,

그리고 아마도 케밥집은 이미 문을 닫았을 것 같다.

그런데

다음으로 미뤄 둔 일 중에 하게 된 일이 있던가?

먹을 것, 살 것은 눈에 보였을 때, 생각이 났을 때 해치워야 한다는 걸 얼마나 여러 번 깨달았던가!     


요구르트...

사놓은 요구르트가 있으니 정 아쉬우면 그걸 먹...

내 일생의 추억과 정서적 자양분을 만들어야 할 ‘프라하의 밤’에

혼자 요구르트나 떠먹고 앉아 있는다고?

내 시간을 너무 성의 없이 대하는 거 아냐?


케밥집의 영업이 끝났기를 바라는 것인지, 아직 영업 중이기를 바라는 것인지

내 마음 나도 모른다.     

트램에서 내려 보니 케밥집에는 아직 불이 켜져 있지만

손님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재료통에는 뚜껑이 덮여 있다.

분명히 영업이 끝난 분위기. 잘 됐네... 하면서도 주춤주춤 문을 밀어 보는 건 왜일까?     


저... 끝났나요?     


<에필로그>

이 맛있는 걸 놓고 왜 갈등했을까?

이전 14화 14. 체스키 크룸로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