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근육이 필요해

매일매일 열심히

by 보라구름


이따금 너무 피곤한 평일을 보내고 나면 토요일을 제외하고 일요일 하루 정도는 집 밖에 안 나가고 보내기도 했다. 가끔 몸이 안 좋으면 월요일에 휴가를 내고 일요일에 이어 이틀 정도 칩거하던 경험이 코로나 19 이전의 내 집콕 경험의 전부다.


그러던 내가 어느새 집콕에 익숙해져서 사나흘 또는 그 이상 아예 안 나가는 경우도 생겼다. 적응이 되어 불편한 건 없는데,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몸이 영 찌부둥 하다는 것이다. 평상 시라면 아무리 못해도 하루 30분 이상은 걸었을 텐데 집 밖에 안 나가게 되니 그렇게 걸을 일이 없다. 요즘엔 홈트가 대세라고 집에서 운동을 하려고 마음먹으면 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과 산책은 또 다른 이야기.


오늘 아침, 드디어 집콕의 최고 기록을 깨고 집에만 있어도 문제야, 중얼거리며 재택근무 시작 전에 잠시 짬을 내어 집 근처 산책로에 다녀오겠다고 나섰다. 쉬면서 봤던 건강 정보 프로그램에서 보폭을 넓게 해서 걷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한 것을 염두에 두고 실천에 옮겼다. 평소 보폭보다 10cm 정도만 넓게 해서 걸으면 된다고 해서, 자를 들고나가서 잰 건 아니지만 느낌 상 그 정도로 좀 더 넓게 보폭을 벌려 걸었다.


허리는 자동 반사적으로 쫙 펴지고 등과 배에도 힘이 들어간다. 내 보폭보다 크게 걸어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고 걸어야 하다 보니 그냥 자연스럽게 걸으면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하는 여유를 부릴 수 없는 것은 미처 생각을 못 했다. 보폭에 신경을 집중해서 걷다 보니 어째 평소대로 걸을 때보다 배로 힘들었다.


급기야, 원래 걸어서 돌아오려던 거리보다 줄여서 걷고 왔음에도 얼차려라도 받은 것 마냥 다리가 당기고 쑤셨다. 하, 보폭 좀 넓혀서 걸었다고 이게 정말 이렇게까지 아프고 난리 칠 일인가? 생각지도 못한 근육통의 습격에 적잖이 당황한 나는 평소 나에게 너무나도 근육이 없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걷기, 보폭을 조금 넓혀서 걷기를 하는 데에도 (당연히) 근육은 필요하다. 안 쓰던 근육이 자극을 받아서 아픈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핑계를 대기에는 걸은 시간과 거리가 너무 미미해서 차마 적을 수도 없다.


매일 글쓰기(한 꼭지 이상),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사실 오늘도 그냥 패스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수많은 구독자가 내 글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글 쓴다고 고료가 입금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안 쓰고 말지 하는 생각에 휩싸일 즈음, 글쓰기 근육도 역시 부족하다는 깨달음이 내 등짝을 후려쳤다.


집콕도 집콕이지만 간단한 스트레칭도 전혀 안 하다가는 얇게 떠서 뒤에 글씨가 다 보일 정도라는 고급 진 생선회 조각만큼 몸에 겨우 붙어 있는 근육마저 손실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뺀질거리는 마음으로 글쓰기를 건너뛰려는 마음도 훠이훠이 물렀거라 손사래를 쳐서 쫓아내고 장하게도 지금 이 글을 올리고 있다.


매일 무얼 한다는 것은, 무엇이든 근육을 필요로 한다. 근육은 절대로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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