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고나 2024년 9월 6일 금요일
고양이 '뀨'를 보낸 지 어느새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황망한 일이 벌어졌던 그날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슬픔이라는 감정이 가득하다. 마음을 비우면 비울 수록 그 공간에 행복이 채워진다는 걸 잘 알고 있던 나였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지난 반년 동안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성보다 감정을 앞세운 나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내가 참으로 우둔한 인간이라는 걸 잘 보여주는 방증인 것 같다. 제대로 케어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더해지면서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1년에 2~3번 정도 어머니가 올라오시는데 그때마다 다른 고양이보다 뀨가 훨씬 더 반갑게 맞이해 줬다.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온몸으로 격렬하게 환영을 하는데 고양이의 탈을 쓴 강아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의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었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제 뀨는 더 이상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소소한 즐거움 한 가지를 빼앗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니 더욱더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뀨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내 머릿속에서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바로 6년 전에 뀨를 가정 분양해 줬던 분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통해서 만났던 분이었기 때문에 연락처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고양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분양 글과 사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차근차근 검색해 봤는데 어렵지 않게 해당 글을 찾을 수 있었다. 거기에는 연락처가 남겨져 있었는데 전화번호가 바뀌지 않았기를 기도하면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 통화만 갈 뿐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음 날에 한번 더 전화를 걸었는데 다행히 연락이 되었고 동일한 분이셨다. 조심스럽게 뀨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전달했고 엊그제 화장을 했다는 내용까지 전달하면서 진심 어린 사죄를 구했다.
사실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해서 내가 한 일을 용서받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분양을 해줬던 분뿐만 아니라 자녀들까지 뀨를 유독 각별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었기에 더욱더 죄송스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분께서는 6년 동안 행복하게 살다 갔을 거라는 위로를 해주신 덕분에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연락이 되지 않았다면 죄책감으로 인해 더욱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않았을까... 이런 나의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한 동안 안부를 묻기도 하셨다. 사실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만 현실을 수긍하고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마음으로 최대한 긍정적으로 답변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고통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고 평생 가지고 가야 하는, 아니 가져갈 수밖에 없는 업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은 나에게 너무 잔인한 해였다. 이렇게 슬픔과 고통으로 가득한 시간을 오랫동안 보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것 같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전혀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뀨를 그리워하면서 '미안해'라는 사죄의 표현만을 썼지만 지금은 '사랑해'라는 애정의 표현을 더 많이 하고 있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뀨에게 받았던 무조건적인 애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뀨야, 영원히 잊지 않을게...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