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상반기의 소설 BEST5

by 이기자

2016년 상반기에 읽은 50여 권의 책 가운데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BEST10을 뽑았다. 소설에서 5권, 비소설에서 5권. 상반기에 읽은 책 중에서 고른 것이지 상반기에 출간된 책 중에서 고른 것이 아니다. 10권의 책 중에 이번 상반기에 출간된 책은 한 권뿐이다. 먼저 소설 BES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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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척하는 삶(2014년 5월 출간, 이창래, 알에이치코리아)


위안부 문제를 다루는 소설이다. 그렇지만 위안부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은 전체 소설에서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 소설이 출간되고 나서도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한다. 나는 이창래의 접근법이 좋았다. 인간의 폭력성 그 자체를 고민하는 작가의 시선에 동의할 수 있었다. "사랑과 폭력은 원래 같은 의미지만, 특히 상대방의 상태와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더욱 비슷하다. 사랑이나 폭력은 모두 자기 확신 행위이지 상대방의 매력이나 잘못과는 무관하다."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다. 주인공 하타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하타를 욕할 수도 없고 그를 욕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것이 삶이고 인생이다. 하타는 우리 모두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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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콜리마 이야기(2015년 6월 출간, 바를람 샬라모프, 을유문화사)


수용소 문학은 인간의 본성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용소라는 공간은 인간이 스스로의 바닥을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낸 공간처럼 느껴진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한 세기 전의 수용소를 책과 영화를 통해서만 접할 뿐이다. 그럼에도 수용소는 잔혹하고 처참하다. 콜리마는 대부분의 독자에게 생소한 수용소일 것이다. 러시아 북동 지역에 위치한 콜리마 수용소는 연중 9개월 동안 영하 70도의 혹한이 이어지는 지역이다. 소비에트 정부의 정치적, 경제적 필요성에 의해 건설된 곳이다. 바를람 샬라모프는 콜리마 수용소에서 17년을 보낸 후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또 다른 수용소 문학의 거장인 솔제니친에게 편지를 썼다. "수용소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누구에게나 부정적인 학교입니다." 솔제니친의 책에서 감동을 느꼈다면 바를람 샬라모프의 책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샬라모프의 글은 집요하면서도 속이 텅 비어버린 고목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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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당신 인생의 이야기(2004년 11월 출간, 테드 창, 행복한책읽기)


용사가 마왕에 맞서 싸워서 기존의 가치를 수호하는 판타지 소설은 보수적인 문학이다. 그에 비하면 SF 소설은 되돌릴 수 없는 변화를 핵심으로 하는 변화의 문학이 된다. 이 차이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SF 소설이라고 해서 철학적인 문제들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방식이 다를 뿐이다. 테드 창의 소설은 아름답고 정교하다. 마치 스위스 시계 장인들이 공들여서 만들어낸 명품 시계를 보는 듯하다. SF 소설의 팬이라면 이미 이 책을 보았을 것이고, SF 소설을 경원시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보았으면 좋겠다. 좋은 소설의 몇 가지 조건들을 이 책은 모두 갖추고 있다. 재미있고 독창적이고 머리를 멍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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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채식주의자(2007년 10월 출간, 한강, 창비)


한강은 어린 시절 <죄와 벌>을 읽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의 존재가 한 권의 책 때문에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채식주의자>가 그런 책이다. 책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불필요해 보인다. 책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세 편의 이야기 가운데 <채식주의자>와 <나무 불꽃>이 인상 깊었다. 말라가는 영혜와 그 옆을 꿋꿋이 지키는 인혜의 모습이 어쩐지 마음속에 계속 남는다. 대학시절 수업을 듣기 위해 언덕배기를 걸어 오르면 나타나는 오래된 건물이 있었다. 고색창연한 석조건물을 나무덩굴이 휘감고 있었다. 영혜와 인혜의 모습을 그려보면 그 건물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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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렇게 그녀를 잃었다(2016년 2월 출간, 주노 디아스, 문학동네)


주노 디아스의 글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너무 드문드문이다.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이 2009년에 국내에 출간됐고, 그 이후로 7년 만에 나온 새 책이다. 평생 장편을 3편 정도 쓰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니 재촉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기다리는 독자 입장에서는 애간장이 녹을 수밖에 없다. 주노 디아스의 글은 역동적이고 터프한 데다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의 소설적 자아인 유니오르에게 빠져든다. 그가 사랑하는 여자들, 주노 디아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들은 남자들을 압도한다. 주도적이고 주체적이다. 홍상수 영화처럼 남자가 찌질하게 묘사되는 것도 아니다. 주노 디아스의 소설에는 삶이 있고 사랑이 있고 이별도 있다. 그들이 두 발을 딛고 사는 세상에 대한 고민도 있고 그렇다고 젠체하지도 않는다.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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