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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Oct 10. 2021

엄마에게 위로가 필요해

워킹맘 이야기

밥 먹다가 급기야 두 놈에게 욕을 하고 내쫓았다.

치킨 한 마리 못 사주는 삶을 살 거냐 협박한 옆집 엄마를 뭐라 할게 아니다.

https://brunch.co.kr/@viva-la-vida/165

아이들에게 욕을 하다니!

나, 분노조절장애가 있나 보다.


조금 진정하고 아이들에게 사과를 했지만, 아이들도 이 일이 상처로 남긴 할 것 같다.


최근 큰 아이 문제로 학교에 불려 갈 일이 생겼다.

순하디 순해서 사고를 안칠 것 같은 놈도 사고를 친다.

그 와중에 회사에서도 일이 생겼다.

이 일만은 안돼!!!라고 생각했던 일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이제 이직하기에는 나이도 많은데...,


이래저래 내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었다.

둘이 서로 다투는 게 하루 이틀일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화를 내다니.


하려고 계획한 일은 많지만 기운이 빠져 무심하게 '말 안 듣는 아이'를 검색했다. 검색 중에 '엄마가 수용적인 태도를 가질 여유가 없을 때', 아이들이 수동적인 공격의 형태로 말을 안 듣는다는 글이 눈에 띄었다.

- 결국은 엄마 탓인가?

여유를 가지려면 내가 덜 치여야 할 텐데 결국 일을 안 하면 되려나?

자조적인 웃음만 나온다.

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데...


한편 엄마들 커뮤니티인지,

'자녀들이 이렇게 이렇게 행동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팁을 구하는 글들도 있었다.


엄마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을 못 해서 자기 자녀가 무책임하고 준비성 없어 보이는 걸까?

대부분 아들 엄마들이었는데 댓글 중에는,

"자기 아들 장가보낼 때 며느리에게 이런 놈이니 잘 알고 결혼해라. A/S나 반품은 어렵다고 말할 거다."라는 글도 있었다.


그 댓글에 자기는 "처음에 옷 뒤집어서 빨래통에 넣는 남편을 보고 시어머니가 양육을 잘못했다고 생각했는데, 내 아들들을 보니 시어머니도 나름 최선을 다했구나.

그냥 그렇게 생겨먹은 거구나."라고 깨달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 시어머니와 공감대가 형성될 만큼 자녀양육은 극악의 난이도의 문제 해결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냥 빨래를 뒤집어놓으면 뒤집은 채로 빨아서 그대로 주라는 댓글도 있었다.

루소가 에밀에서 말한 자연 벌 원리.

이건 나도 시도해보긴 했다.

신경도 안 쓰더라. 우리 아이들은 자연 벌을 받으면서 벌이라는 자각도 없었다.


다들 자기 나름의 최선을 다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건 쉽지 않다.


부모는 어른이다 보니 자기 책임을 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아이는 항상 자기를 챙겨주는 부모가 있으니 자기 몸 귀찮은 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그렇다고 안 챙기면 부모 역할을 안 하는 것 같다.

안 챙겨서 스스로 알아서 하게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보다 더 심해지는 건 아닐까?


문득, 자식으로 태어난 게 권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부모는 일방적으로 자식들에게 희생하고 참기를 강요받는가?


억울한 마음에 꼭 너랑 똑같은 자식을 낳으라는 흔한 덕담을 해줬다.


내가 철이 덜 들어서인지,

내 안의 '내'가 너무 많아서 그런 건지,

하기 싫은 소리를 하게 만들어서인지,


엄마라는 무게가 버거웠다.


지친 마음에 유튜브로 음악을 틀고 침대에 대자로 뻗어있는 냥이를 쓰다듬 있는데 똑같이 두 살 차이 나는 아들 둘을 키우는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아까는 설거지도 못하겠다 싶어 내팽개치고 누웠는데 한참 수다를 떨고 나니 기운이 났다.


큰 아이 학원 바래다주면서 달이라도 입에 물어야겠다.


엄마도 위로가 필요하다.

달달이도 먹어야하고

음악 들으면서 멍도 때려야하고

냥이 털도 만져야 한다.


엄마니까 인내하라 할 것이 아니라 엄마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작은 위로들이 많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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