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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에 정보 모음집이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자살하시고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스스로 인터넷에 '자살'에 대한 정보를 찾는 순간이었다.
어제 할아버지가 집에서 목숨을 끊으셨는데, 오늘 손녀인 나는 safari 앱을 켜 '자살'을 검색한다.
이 사실은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속이 타들어갈 것 같아 열심히 정보를 찾는 것에 집중했다.
생각보다 자살 유가족을 위한 지원서비스가 다양했다.
그 당시 열심히 찾은 정보를 지금 당신에게 전달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쁘다.
나는 파도 타듯 어딘가 전화해서 정보를 얻고, 다음날 또 전화해서 또 다른 정보를 얻고, 다음날 또 다른 정보를 얻는 식으로 정보를 얻어냈다.
내가 모르는 더 많은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래 정리한 내용들에 당신이 필요한 것이 있기를 바란다.
자살 유가족은 가족, 친구, 동료 등 자살사망자의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말한다.
다른 말로는 생존자라고도 불린다.
주변인의 자살은 큰 정신적인 충격과 혼란을 만드는데 유가족은 이 고통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살 유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과 같다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재난을 겪은 피난민이라고도 한다.
이전에 내 친구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은 적이 있다.
"사실 난 직접 경험해 본 게 아니라서 네가 얼마나 힘든 건지 모르겠어. 어떤 감정인거야?“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이렇게 대답했다.
"상상해 봐. 네가 살고 있는 집에서 너의 할아버지가 목이 매달려 살해당했어. 근데 살인자도 네 할아버지인거야. 넌 그곳에서 매일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을 해야 해. 어떨 것 같아?"
높은 T 성향을 가진 친구였지만 이내 나의 말을 이해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자살유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슬프지만 남들에게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는 사람.
그 누구도 탓할 수 없어 자신을 없애버리고 싶은 사람.
매일 밤이 무서운 사람.
편안해야 할 집이 두려워진 사람.
나 또한 저렇게 죽을까? 내 남은 가족들 또한 저렇게 죽을까? 악몽을 꾸고 매번 걱정 속에 사는 사람.
현재 자살유가족의 자살률은 일반인구보다 20배 이상 높다고 한다. (2023년 기준)
이러한 현상을 '도미노 자살', '연쇄자살'이라 불린다.
보통 고인이 사망한 후 2-3년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고 보며 그 이후도 마음을 놓을 순 없다.
슬픔은 전염이 아주 강하다.
내 가족, 지인, 동료가 슬픔 속에 몸부림치다 자살했을 것이라는 생각의 방엔 탈출구가 없다.
그리고 그 방 속엔 죄책감이란 연기가 스멀스멀 차오른다.
그 죄책감은 나의 숨을 막히게 하고 앞이 잘 보이지 않게 만든다.
끈적해진 공기는 점점 무거워지고 나를 바닥으로 더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힘들지만 그 상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냥 이대로 죽는 것이 더 낫겠어'라는 생각을 뿌리치고 이 악물고 떠나야 한다.
한 번이 아닌 하루에도 몇 십번이 될 수도 있지만 해야 한다.
분명 다시금 편안한 순간은 찾아올 것이고 행복한 일상 또한 되찾아질 것이다.
하지만 자살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그 이전의 삶을 온전히 되찾을 순 없을 것이다.
투명한 물에 검은색 잉크를 떨어트린 것처럼 다시는 원래의 나로 되돌이킬 순 없다.
그렇지만 어떤 시도던 해봐야 한다.
방 속에 탈출구가 없다면 손에서 피가 날 때까지 벽지를 치던 바닥을 긁어내 터널을 만들던 해야 한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할까.
아직 '왜'에 대한 답을 찾진 못했지만 '생존' 또한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 퍼스트러브 하츠코이 8화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도망치지마 노구치 아예!
앞을 봐! 심호흡하고 가!
다치거나 부끄러워도 인생은 뛰어넘는 거야!
아무리 힘든 일이 당신 앞에 닥쳐도 피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것은 인생의 모든 곳에 적용되는 공식이다.
피하는것은 결국 또 다른 상처를 만들게 된다.
우유가 든 컵을 깨트렸다고 가정해보자.
깨진 유리가 무섭고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수건으로 덮어두면 언젠가는 초파리가 생기고 구더기가 생기게 된다.
지금은 너무나도 힘들겠지만 이 악물고! 눈 부릅뜨고! 온 몸으로 부딪혀보면 어느순간 강해진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다.
도망치지마!
앞을 봐! 심호흡하고 가!
다치거나 부끄러워도 인생은 뛰어넘는 거야!
사람마다 치유하는 속도와 방법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당신도 당신만의 방법을 찾아 마음이 편해지길 바란다.
당신이 다시금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고인에 대한 기억을 상자 속에 곱게 정리해 마음 한 구석에 꾸며놓길 바란다.
가끔 생각나면 들여다보지만 당신을 너무 괴롭게 만들진 않게.
우리 할아버지 안상배 씨는 이 글을 드렸어도 안 읽을법한 사람이었지.
어떤 방법을 취하던 본인 원하는 걸 하고야 마는 고집불통 엉뚱한 할아버지.
아무리 붙잡았어도 결국 그는 또다시 자살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몸이 아픈 것이 괴로웠던 우리 할아버지.
그곳에서는 할머니와 원하는 것을 드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며 마지막 글을 마무리한다.
▪️유족을 위한 도움서 (PDF)
자살유가족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이야기가 적혀 있습니다.
▪️전화번호 모음집
자살 생각이 날 때, 고인이 생각나 마음이 힘들 때, 대화할 사람이 필요할 때
▫️자살예방 상담 전화 : 국번 없이 109 (24시간 운영)
자살 유가족 지원 및 정보에 대해 궁금할 때
▫️보건복지상담센터 : 국번 없이 129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 02-3706-0500
▪️지역별 자살예방사업 안내 전화번호 및 사이트 모음
자살유가족 지원 서비스는 지역에 따라 상이함으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센터에 전화해 어떤 서비스가 있는지 직접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지원금을 지원해 주는 곳도 있고 애도를 도와주는 서비스 및 다양한 서비스를 소개해주기도 합니다.
http://suicideprevention.or.kr/04_sub/05_sub.html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 (상단 링크 참조)
지역별로 상이하기 때문에 거주하는 지역의 자살예방사업 센터에 전화해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애도 전문 상담 및 지원금 지원
▫️지역별 자조모임 안내
▫️심리 부검 면담
▫️사후 행정처리 비용 지원
▫️특수 청소 비용 지원
▫️일시 주거 비용 지원
▫️법률 및 행정처리 비용 지원
▫️학자금 지원
▫️정신건강 치료비 지원
(자조모임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전문 선생님의 주도하에 나와 비슷한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좋은 공간입니다. 상실을 안전하게 받아들이고 치유해나갈 수 있는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국민마음투자 지원사원
우울, 불안 등 정서적 어려움을 느끼는 국민 대상 8회 심리상담 지원 서비스
https://www.mohw.go.kr/menu.es?mid=a10706040800
▪️카톡 오픈채팅 (키워드 "유가족")
자살유가족이나 사별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 들어가면 함께 대화 나누고 서로 위로할 수 있습니다.
종종 극단적이거나 이기적인 사람도 있으니 주의 필요⚠️
▪️얘기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속마음을 깊게 털어놓을 곳이 필요할 때,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고 싶을 때
▫️애도 프로그램 : 집에서 편하게 일기 쓰듯 본인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야기 공간 : 글을 올리면 상담사가 답변을 달아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