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카인드 카페 이야기 5
비카인드 카페를 만들고 조금 장거리(?) 움직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서관 여행을 하기 위해서 지난 주말 전주에 다녀왔어요.
카페장인 저는 전주 도서관 여행이 처음이 아닙니다. 벌써 몇 번을 다른 계절에 다녀왔지만 다시 또 가고 싶고 아직 다녀오지 않은 지인들과 함께 가고 싶은 곳입니다. 그래서 비카인드 카페에 12월 첫 주 도서관 여행을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비카인드 카페에 '함께 가요'라는 게시판이 있습니다. 함께 가고 싶은 곳을 올리면 '나도 나도 같이 가요'를 댓글에 남기게 됩니다.
전주 도서관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전주도서관에 전달 1일에 미리 신청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KTX표를 예매하는 일이 남아있습니다. 주말 전주행 기차는 빨리 매진이 되기 때문에 한 달 전에 서둘러서 해야 합니다. 기차로 가는 것이 좋습니다. 기차 여행이 편리하기도 하지만 꽤나 낭만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차역에서 만나는 것도, 타는 역이 다를 경우에는 예매한 자리에서 만나는 것도, 영화 같은 재미를 줍니다. 4인석을 이용하면 정말 여행 가는 기분이 듭니다.
지난 주말 아침 일찍 서둘러 서울역으로 갔습니다. 7시 출발 전주행 기차를 타기 위해서입니다. 서울역에서 우리는 아주 반갑고 설레는 마음으로 만났습니다. 아직 해도 뜨기 전 기차에 자리를 잡고 작은 소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창밖이 점점 밝아보면서 해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여행기분이 점점 상승합니다. 기차는 2시간도 걸리지 않아서 전주역에 도착합니다.
첫 모임 장소인 '전주시립꽃심 도서관'에서 해설사 선생님과 다른 투어 참석자 분들을 만났습니다. 꽃심도서관의 특별한 장소인 '우주로 1216'을 시작으로 도서관 투어를 시작합니다. 전주는 정말 멋진 곳입니다. 이렇게 도서관에 진심인 곳이 있을까요? 도서관 의자와 조명에 세심한 투자를 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많이 부럽습니다. 꽃심도서관은 유명 스타벅스보다 근사합니다. 이 도서관이 저희 집 근처에 있다면 매일 올 것 같아요. 진심으로 전주로 이사를 해야 할까요?
전주 도서관 여행의 상징인 작은 빨간 버스를 타고 두 번째 도서관인 '학산숲속시집 도서관'으로 갑니다. 이름을 들으면 알 수 있듯이 산속에 있습니다. 직접 만나게 되면 깜짝 놀랍니다. 이런 곳에 어떻게 도서관을 만들었을까? 외관에 홀리고 도서관에 들어가면 내부의 모습에 더욱 감동하게 됩니다. 시집만으로 가득한 곳이고, 가끔 유명한 시인들의 방문이 있다고 합니다. 잠시 우리는 큰 창으로 보이는 곳에 앉아서 시집을 읽습니다. 저는 매번 올 때마다, 이곳 사서님에게 '업무 환경이 참 부럽습니다.' 하는 인사를 합니다. 진심입니다.
도서관 앞의 호숫가를 천천히 걸어서 다시 빨간 버스를 타고 3번째 도서관인 '동문헌책도서관'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특이하게 헌책들과 LP, DVD들이 있습니다. 지하에는 어릴 적 보던 만화책이 가득 차 있습니다. 만화방 컨셉의 이곳에서 하루 종일 만화책을 읽어보는 날이 곧 오기를 기대합니다.
도서관투어의 반일 차경코스는 여기까지입니다. 해설사님과 이별을 고하고, 저희는 점심을 먹기 위해서 이동합니다. 전주의 콩나물국밥을 먹고 주변을 슬렁슬렁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낯선 도시에서 그저 걷기만 해도 여행자는 좋습니다. 다음 도서관은 제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다가여행자도서관'입니다.
'다가여행자도서관'은 정말 버릴 곳이 없습니다. 지하에서 깜짝 놀라고 구석구석의 작은 공간들 그리고 1,2층의 귀한 책들, 3층의 옥상까지 아주 꼼꼼하게 봐야 할 곳입니다. 2층에는 바닥에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하나둘 신발을 벗고 둥근 탁자에 앉았는데 바닥이 따뜻해서 깜짝 놀랐어요. 둘러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집니다. 바닥도 따뜻하고 솔솔 잠이 오네요. 잠시 낮잠이라도 잘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다른 편 어떤 남학생이 거의 누운 자세로 책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가 천국입니다.
낯선 도시에서 버스를 타는 것도 여행자의 해야 할 일 중에 하나입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첫마중여행자도서관'으로 갔습니다. 전주역 앞 첫마중길 가운데에 있는 빨간 우체통처럼 보이는 곳이 도서관입니다. 겉으로는 여행자센터처럼 보이는 이곳에 있는 책들은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의 A Bigger Book Limited edition'을 시작으로 영화, 사진집, 절찬본, 일러스트, 팝업북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된 아트북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번에는 '장 미쉘 바스키아 Jean Michel Basquiat'의 책을 보고 왔습니다. 엄청난 양의 그림이 들어있는 그 책은 그동안 전시회에서는 볼 수 없었던 그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후가 되니 우리는 조금씩들 지쳐가고 있습니다. 천천히 전주역으로 걸어가서 약간의 카페인과 당을 충전하면서 기차를 기다리기로 해봅니다. 여행의 즐거움 중에 하나는 집으로 가는 기차나 비행기를 탔을 때의 기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꽉 찬 하루를 보내고 뿌듯한 기분으로 서로를 바라봅니다.
'다시 오자. 전주 너무 좋다. 혼자 오는 것도 좋지만 함께 하는 여행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