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의 어느 날, 50+ 도심권 H 팀장의 전화 한 통화로 내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던 오래된 꿈이 다시 깨어났다. "선생님, 이번에 저희가 작은도서관 운영을 맡았어요. 외국어봉사단에서 함께 해 주셨으면 해요."
도서관과의 특별한 인연
나는 여고 3년 동안 종현언덕을 오가며 보냈다. ‘종현’이란 현재 명동 성당 자리의 옛 이름으로 성당 축성식을 열었을 당시 이름은 종현성당(鐘峴聖堂)이었다.
명동성당 바로 옆에 나의 모교에서 보낸 3년은 책과 함께한 시간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 학교 교복은 항아리치마에 마치 은행잎 모양을 연상시키는 둥근 모양의 칼라 블라우스에 벨트로 허리를 조이는 특이한 모양이었다.
은행잎 모양의 칼라 한쪽에 'ㄷㅅ' 도서 반원 배지를 단 채, 나는 매일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곳은 단순한 건물이 아닌, 꿈과 지식의 성소였다. 명동성당과 수녀원 사이에 있던 도서관은 작은 명동성당이라 불려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다운 고딕식 건물로 많은 책들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 왼쪽 계단을 올라가면 도서 반원만이 드나들 수 있었던 작은 서재가 있었다. 그 방에선 오래된 책에서 나오는 매캐하면서도 향긋한 냄새가 가득했고, 자유롭게 책을 고를 수 있는 도서반원만의 특권, 그리고 친구들과의 은밀한 독서 경쟁. 이 모든 것이 '도서관'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유였다.
새로운 도전, 새로운 시작
H팀장의 도서관 활동 제안에 망설임 없이 "좋죠!"라고 대답했다. 우리 봉사단 모두가 마치 청춘으로 돌아간 듯 활기차게 준비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도서관은 개관과 휴관을 반복하며 초기의 열정이 조금씩 식어갔다. 그러다 8월, 50+ 서부 캠퍼스의 작은도서관 지원단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다. 궁금했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경험해 보고 싶었다. 지원서를 쓰면서 내 가슴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에 공헌할 수 있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썼다.
작은도서관에서의 새로운 경험
SH 아파트 단지 내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의 순수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대출 반납부터 장서 점검, 도서 등록, 연체자 관리, 교육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까지 모든 걸 자발적이고 독립적으로 해냈다. 함께 활동한 파트너 선생님과 아파트 주민인 자원활동가들과의 절대적인 신뢰와 협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약 4개월의 활동이 끝나갈 무렵, 다음에도 꼭 다시 활동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그건 내가 바라던 바였다.
성장과 보람, 그리고 새로운 시작
이 경험은 나를 크게 성장시켰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과 소통하며, 책을 매개로 한 상호작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을 줬다.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연대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잊고 있던 독서의 즐거움을 되찾았다.
작은도서관 활동가로서, 나는 책과 사람, 그리고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단순한 봉사 활동이 아니라 내 삶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