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지요, 이렇게 쓰는 줄 21

그리고 이런 비정상적인 생각이 내가 사랑하는 세상을 좀 먹을 수도 있겠다

by 김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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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 나 당신이 모르는 얼굴을 가졌어. 이제 좀 그만할 때도 되었는데 아직도 이러고 있어. 난 그래. 늘 그렇다고.


302. 내가 몸 담고 있는 세계가 나로 인해 더러워지고 있단 생각. 여기서 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글을 계속 쓸 수 있나. 쓸 수 있다면 쓰는 만큼 기능할 수 있는 건가. 난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글을 쓰는데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걸 저지하는 게 이 세계라면 또 어떤가. 의문을 제기하는 편집자. 편집자는 퇴장을 강요하고.


303. 난 이와 상관없음을 말하면서 고귀하게 있을 수 있나. 글 다음에는 글을 말할 수가 있나. 난 모욕하거나 모욕당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나. 글 보다 선행하는 삶이라니. 문학이 그렇게 고결하고 무결한가.


304. 연대하지 않는다고 그들을 비난하는 목소리에는 순수하게 공감하지 못하겠다. 솔직하게. 다들 그럴 수 있나. 자기 자리를 지키려고 구는 게 정상 아닌가. 그리고 이런 비정상적인 생각이 내가 사랑하는 세상을 좀 먹을 수도 있겠다.


305. 슬프지. 정말로 슬프다. 그건 무지막지하게 쓰리다. 그렇다고 이걸 그냥 넘길 수는 없으니.


306. 한 밤의 시외버스 터미널. 정말과 잊을 수 없음과 벚꽃과 그물을 그려봤다. 이제는 정적뿐이었다.


307. 그렇게 슬프지도 절망하지도 않아 본 세대들이 부르짖는다고 생각했다. 너희들이 말하는 힘듦이 정말 힘듦이라고 생각하느냐. 성장률? 그런 게 뭐라고. 꼰대. 도대체 꼰대는 누가 꼰대라는 말이냐.


308. 무지막지한 슬픔이 들이닥쳤다. 밖에서 이름도 밝히지 않고 자꾸 문을 두드렸다. 쾅쾅. 말씀 전하러 왔습니다.


309. 가지고 온 게 무엇인가요. 가지고 오지 않았음입니다. 무너지기 딱 좋은 공간이었어요.


310. 정말 내가 고작 이런 인간임을 인정해야 하는 게 버거웠을 뿐이다. 도대체 인간이라고 하는 건 나라고 하는 건 왜 이 다지도 말썽인가.


311. 내가 좀 더 매력적인 인간이라면 망나니처럼 살겠지. 흥청망청 굴겠지. 그러고도 망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고 그게 인생의 비기처럼 여기다가도 얻어맞을 거다.


312. 미치지 않고서는 못하는 거야. 무섭지, 무서울 거야. 그렇게 말해도 맥을 못 출 거야.


313. 장막이 걷히고 종족이 발전을 이루고 있었어. 나의 성적은 죽이지 않은 거. 상장은 프린트로 뽑기를 바라. 문자 같은 건, 문장 같은 거.


314. 일렉이 섞인 힙합은 힙합이 아니라는 거지. 넌 랩은 하는데 힙합은 아님. 절대로 아니라는 거.


315. 이십 분 정도 듣고 나서 이제 그러면 안 된다는 거 알아야 혀요. 그만해야지요.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요. 내가 한 일이 당신을 해하는 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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