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하는 삶, 관람하는 삶
무엇을 누구에게 얼마나 보여야 하는가?
찰칵찰칵 - 휴대폰을 자신의 손처럼 들고다니는 나는 적어도 하루에 두어장은 사진을 찍는다.
맛있는 메뉴를 먹을 때, 산책하다 노을이 예뻐서, 아이가 귀여워서. 수 많은 이유로 일상을 남긴다.
내가 학생때는 한창 디카가 유행이었다. 특별히 놀러갈때면 가방이 무거워지더라도 핸드폰에 디지털카메라, 충전기까지 바리바리 챙겨서 다녔다. 디카가 있는 애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다들 자신의 사진을 이메일로 전송받기를 바랬다. 그렇게 사진기를 들고 학교에 다니며, 사진을 찍고 고르고 골라 친구들에게 보내주었다.
그 사진들은 잘 가공되어 싸이월드라는 미니홈피에 올라가기도 했고, 다음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그 많던 일상의 사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대부분 이전의 사진들은 싸이월드의 몰락과 함께 사장되었다.
요즈음은 그 시대의 싸이월드를 능가하는 SNS들이 등장하며, 추억보관, 아마추어라는 판도를 바꾸어 놓은 것 같다. 요즘은 유튜버들이, 인플루언서들의 컨텐츠가 먼저 유행을 선두하는 시대다.
다양한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의 니즈를 끊임없이 만족시키는 추천게시물을 띄웠고, 또 다른 사용자들은 자신의 삶을 올리며 거대한 플랫폼을 키워나갔다.
그들에게 보이는 것은 대형 기업이 아닌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모습들'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플랫폼이건 SNS를 사용한다. 노년의 우리엄마도 유튜브와 네이버밴드를 능숙하게 한다.
보이느냐, 보느냐,
자기전에 침대에 누워 멍하니 인스타그램을 구경한다. 관심분야를 팔로우해 놓은 계정도 있지만 돋보기를 통해 릴스라던지, 유행템들이 속속들이 올라온다. 아무생각없이 멍때리고 보다보면 한 두시간이 훌쩍 가있다.
그 시간동안 나는 어떤 쾌락을 누렸을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자유? 아니면, 새로운 트렌드를 접했다는 뿌듯함?
작은 화면속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살고 있다. 일상속에서 창피하다고 하는 일을 서스럼없이 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는 사람, 멋지게 옷을 차려입는 인플루언서들, 하루에 몇 백만원씩 펑펑쓰며 쇼핑하는 젊은사람들, 다들 자신의 삶을 전시한다. 나는 그 중에서 원하는 삶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보고 또 보고 들여다본다.
하루에 몇 시간씩이나... 그리고 생각한다.
언젠가 저 식당에 가봐야지- 저장, 언제 한번 이 메뉴 만들어 먹어야지- 저장, 나중에 옷살때 참고해야지- 캡쳐.
삶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인가? 그렇다면 너무 서글프다.
여행가서 찍는 수백장의 사진들은 오롯이 추억보관용인가?
나도 누군가에게 멋진 모습(만)을 보이고 싶지 않은가?
오늘의 삶은 보여짐으로 인해 가치있는 것 같다.
그렇게 전시되는 삶은 누구의 것인가? 편집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 보는 사람?
전시되는 삶은 황홀하고 허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