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집착하는 날 나무라지 마요

챌린지 128호

by 이숲오 eSOOPo

기척


송 재 학



가을 숲에서 툭,

두리번거리던 알밤이 떨어진다

청설모 그림자가 먼저 다가선다

내 시선에도 그림자가 생긴다

서로 닮아가는 무게이니

고요의 눈썹을 달고 있다

참나무잎이 낙하하여

풀숲에 떨어진다는 것이

내 안에 눕는다

숨소리가 마중 나간다

그 짝짓기에는 높낮이도 없이

서로의

손가락이 가지런히 닿아서 젖는다




눈앞에 나무가 없는 날이 손안에 돈이 없는 날보다 누추하고 서글프다


고개를 들어 잎이 무성한 하늘을 보면 느긋해진다


거기엔 시시한 집착이 없고 심심한 후회가 없다


거추장스럽고 복잡한 마음이 꼬리를 내린다


작은 무너짐과 하찮은 실패들을 거둔다


나무가 인간에게 거드는 일들이 이토록 섬세하다

나무가 그대에게 내미는 말들이 그토록 다정하다


길을 걷다가 굽은 나무를 보면 남몰래 안아 본다


그러면 나무는 말없이 가지를 내려 잎으로 감싼다


혹 나무가 보이지 않으면
나無가 될까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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