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과 죽음 사이의 감각 3부작
사라지고 싶은 순간마다 카롤린 봉그랑이 떠오른다
진정한 삶은
그다지 실망스럽지 않아
살아지고 싶은 순간으로 콩스탕스는 가볍게 떠민다
최근 읽은 시들이 도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시평을 쓰고 불평하던 그가 더 시적인 걸 모르는 그
이해력을 나무라기보다 호흡에 문제가 있었으리라
바삐 사는 템포로는 느리디 느린 시선을 놓치고 만
사람도 없고 사물도 없고 색만 있는 게 무슨 이야기
여태껏 쓴 문장으로도 묘사할 수 없는 마음이 넘쳐
비문은 삶의 본질
오히려 산산조각난 파편의 언어를 이어도 붙지않을
시는 그 불가능한 일을 시도해보는 가능성의 기대
혹여 잘 읽혀지는 시는 삶을 외면하고 잊으려는 시
여전히 오래된 시에만 마음이 붙들려 있다면
서점 귀퉁이 젊은 시들에 다가가 말 건네 보기를
얼마나 하품이 기이한지
얼마나 기침이 기적인지
얼마나 그리움이 귀한지
얼마나 내가 너처럼 낯선지
얼마나 네가 나처럼 슬픈지
시가 멸종하지 않아서 그나마 우리는 이따금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