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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10. 2023

어쩌다, 시낭송 092

글 쓸 빌미와 구실의 법칙

I    글쓰기 역학 제1법칙- 글쓸 자기빌미&구실의 법칙


글쓰기는 빌미를 먹고 자라는 것일까.

빌미를 매일 먹이처럼 나에게 제공한다.

생각이 글이 되려면 빌미와 구실을 매개로 삼아야 한다.

때로는 진짜 빌미를

때로는 유사 빌미를

글을 쓰는 행위도 일이라고 규정한다면 그것을 위한 계기나 핑계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쁜 의미로서의 빌미가 아닌 순수한 구실로서의 빌미 말이다.

빌미는 bill me!로 소리 나기 때문이어서인지 엉터리 영어지만 자꾸 나에게 글이라는 계산서를 독촉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빌미를 줄 터이니
내게 글을 가져다 바치렴!


넙죽 받은 빌미가 부담스럽지만 빌미가 없이 글을 쓰기란 누룩 없이 술을 담그는 것과 같아서 거절이 쉽지 않다.

빌미의 효능감은 뛰어나다.

내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제대로 반응할 때보다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를 환영한다.

나에게만 일어나는 특수한 반응이라면 그날의 빌미는 '빌어먹을! 언빌리버블!'이라고 소리친다.

그렇게 우연으로 가면 쓴 빌미는 글이 되면서 다른 빌미로 탈바꿈한다.

빌미가 이전의 빌미로 남는다면 그 글은 실패한 글일 가능성이 높다.

쓰기 전과 쓴 후의 변화가 없는 마음이나 생각은 빌미를 적절히 활용하지 않은 탓이다.

빌미가 이물감이 느껴졌다면 빌미의 근원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애초부터 빌미는 내 안에서 싹트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곳곳에 남몰래 뿌려진 씨앗들처럼 내 안 구석구석에서 호시탐탐 자라고 있다가 삐죽 고개를 내민다.

빌미도 사실 나의 이야기의 물꼬다.

혹은 물음의 형태로

혹은 문장의 형태로

혹은 단어만 덩그러니

글을 쓰는 것은 그것들을 꿰는 일.

빌미는 글로 바뀌면서 구슬 서 말이 된다.

말은 부피를 재는 단위이니 서 말이면 약 54리터쯤 되겠다.

500cc 맥주잔으로 108잔 분량의 글이 탄생한다.

공교롭게도 108잔은 글 쓰면서의 번뇌를 고스란히 상징한다.

이름하여 '글쓸 자기빌미 앤 구실의 법칙'이라고 감히 명명하노라.

 

 


II    글쓰기 도반이 생겼다


어젯밤에는 줌으로 글쓰기 도반을 만났다.

책을 이미 낸 도반, 글을 쓰기 시작하는 도반 등

우리는 글로 만났고 앞으로도 글로 만날 것이다.

든든한 것은 그들이 내 글을 대신 써주리라는 기대 때문은 아닐 것이다.

그저 함께 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힘이 된다.

서로의 글을 향한 시선이 늘어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자세를 고쳐 잡게 될 것이다.

글쓰기의 나태를 함께 바라보는 것이 되지 않도록 긴장할 것이다.

긴장은 글쓰기에서 마감과 닮아서 약간은 이롭다.

자주 나의 글이 흐트러질 때마다 도반들의 글을 보며 고쳐 잡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글동무가 있다는 건 행운이고 보물이다.




III    소풍이라 말하려 했는데 슬픔이 와 있다


https://youtu.be/yQdYbaSxxss                                                                            


https://youtu.be/yQdYbaSxxss

저녁의 호명_허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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