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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14. 2024

숲으로 간 이

0672

정기적으로 숲으로 홀로 떠나는 이가 있다.


어김없이 때가 되자 하늘을 날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에 있는 숲에 도착했다는 전갈이 왔다.


숲에서 보내온 그의 메시지에는 풀내음과 나무향기가 물씬 베어있다.


사실 그 사이사이에 벌떡거리는 그의 호흡이 진짜다.


마침 나는 도심 한가운데 빌딩숲에 서 있었다.


빌딩을 어디 신령한 숲에다 언제부터 갖다 함부로 붙였는지 유감이다.


도심에서 만나는 숲의 사진들은 생경하다.


나무들이 빼곡하게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 자유롭게 뻗은 자태가 경건하다.


그 사이에 난 작은 길들은 온순하고 자유롭다.


걷기만 해도 마음이 순탄해지고 순수로 정제될 것 같다.


어차피 숲으로 돌아갈 인간이기에
어차피 수포로 돌아갈 인생이기에


숲에 가면 품처럼 편안해지나 보다.

숲에 가면 숨처럼 익숙해지나 보다.


그에게 숲을 겪은 소감을 조심스레 묻자

이건 유보요


우문현답이다.


이미 존재를 들고 흔들었는데 어찌 성근 언어가 감당할 수 있으랴.


톱니바퀴처럼 촘촘한 일상 중에서

하루를 온전히 숲으로 채우는 이가 있다.


그는 하루를 걸고 평생을 획득하는 지혜를 지닌 자임에 틀림없다.


어느날 우연히 만난다면 그가 숲에서 만난 멧돼지 같은 깨달음에 대해 스프를 먹으며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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