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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l 16. 2024

밀당의 고수

0765

밀가루와 헤어졌다.


더 가벼워지기 위해 어쩔 수 없다.


밀가루를 피하니 밖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다.


온통 밀밭이다.


먹거리의 대부분이 옥수수인 줄 알았는데 밀이 더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다.


밀에 대한 특별한 거부반응이 신체에서 일어나지는 않지만 그렇게 몸이 원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부대끼고 더부룩하고 둔해지는 게 영 탐탁지 않다.


밀가루를 멀리하겠다는 것은 더 이상 내 몸속으로 탄수화물을 대책 없이 주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비만을 피하고 면역력을 지키기 위해서다.

더 서글퍼지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면의 유혹이 가장 치명적이다.


너무 좋아해서 오랜 기간 먹었으므로 맛을 기억해 내어 상상해 음미하는 것으로 참는다.


중국집, 우동집, 라면집 괜.찮.다.

다 아는 맛이고 다 아는 맛이고 다 알고 있는 맛이고 다 먹어본 맛이고 다 거기서 거기이고 다 맛있.. 아니 다 별로였던 맛이고 다 잊힐 맛이다.


면맛을 잊을 수 없다면 젓가락질을 잊으리라.


면을 더 이상 먹거리가 아닌 고무줄이라고 여겨야지.


밀가루는 당이다


밀당의 고수인 밀가루와 이별하고 싱거운 녀석들인 단백질과 친해지기로 했다.


이제 하루 세 번 먹는 행위도 기도같이 정결하고 경건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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