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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KA Jan 12. 2023

III. 천국으로 가는 계단

12화

그날 회장님께선 내게 입사 제안을 하셨다.

당연 나로선 당장 먹고 살길이 막막했었기에 구원의 제안이나 다름없었다. 


언제나 내 삶이 그랬던 것만 같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위기의 순간들이 막상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어 있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게 몸소 느껴졌다.


그렇게 일주일 후 회장님 호출로 알려주신 주소지로 찾아간다. 생소한 이름의 기업이라 중소업체 즘으로 생각하고 찾아가는데 사옥 앞에 다 달았을 땐 그 규모에 상당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안내를 받아 올라간 회의실에서 두 명의 직원으로부터 회사 소개를 받는데 계열사만 다섯 개나 되는 그룹사 본사에 와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순간 주눅이 들었다.


난 회사 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신입사원이라도 된 처럼 두근 거리는 마음을 달래며 발령을 기다렸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비서실 소속으로 발령받았고 아직까지 회장님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본사 직원 소속에 연봉 또한 전 직장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고, 복지 혜택만으로도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절로 들 정도로 전 직장 생활은 왠지 갈취를 당한 거 아닌가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회장님은 모든 회의나 업무적인 일에 나를 함께 대동하시고 들어가셨다. 처음엔 회장님의 지시로 옆에 서 있을 땐 아무 소리도 들어오지 않고 그저 벌 받는 느낌 가득하며 하루가 늘 고통스러웠다. 3개월이 지났을 무렵엔 회장님께서 업무적 얘기를 건네시기 시작했고, 6개월이 흘렀을 때는 회의 석상에 내가 함께 자리하게 되었다.


마치 경영 후계자라도 되는 것처럼 회사의 모든 일을 난 파악 해야 했고, 업무 시간 이후에는 틈틈이 일부 간부들이나 초빙강사들을 통해 교육을 받아오고 있었다.


경영관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나로선 감당하기 힘든 일이 태산처럼 밀려왔지만 더 한 고통을 맛보았기에 난 스펀지처럼 모든 걸 흡수하듯이 익혀가고 있었다.


전 직장에서 그 회사를 떠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로선 전혀 다른 일을 해내고 있는 나를 보며 자신감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만 보고 달리던 젊었을 때의 폐기가 다시금 들어서며 어떤 일이건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회사에선 내가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있지만 회장님의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하고 있기에 대부분의 임원이나 직원들은 숨겨 둔 아들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룹사 사장들 또한 나를 깍듯이 대하는 모습을 보면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민망하고 당황했지만 어느 순간 여기서 무언가를 해야 할 것만 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그들과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일 년이 넘은 지금 회장님은 우리 가족과도 여가 생활을 함께 할 정도로 가까워졌고 마치 아버지가 된 것처럼 주말엔 거의 함께 지내고 있다. 아이들 또한 어느 순간 친할아버지로 인지하게 되었고 회장님은 마치 친 손주들 대하듯 했으며 아이들도 어느 순간 친할아버지로 받아들이고는 온갖 재롱과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 발신 제한의 전화 한 통화가 걸려온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

    한참 후에  기계식 음성이 들려온다.

    "네 딸을 내가 데리고 있다."

    "여보세요? 어디에 전화하셨죠?"

   흔한 보이스 피싱이란 생각이 들어 전화를 끊으려 했다.

    "강민수 씨, 당신 딸 소연이를 내가 데리고 있다고!"

    보이스 피싱이 이 정도까지 발전했나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때 내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나 소연이야.."

    순간 움찔했으나 보이스 피싱 기술도 고도화가 되어 긴박한 상황을 만들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 목소리를 들려주어 현혹하는 사례가 뉴스에 자주 나오곤 했다.

    "야! 장난치지 마라~"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수화기 너머로 다급하게 한마디가 들려왔다.

    "아빠.. 오늘 케이크 못 사갈 거 같아."

    난 그제야 실제 상황임을 알았다.

    일단 난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가 온다.

    내가 십 수년간 쌓아온 건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딸아이의 목숨이 달린 문제지만 냉정 하게 생각하고 누가 아쉬운 상황인지 전체 그림을 그려본다. 


전화벨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분명 딸아이가 뜬금없이 케이크 얘기를 꺼낸 의도가 있을 것이다. 목소리가 변조된 것도. 분명 내게 암시를 주는 것 같은데 그게 뭘까. 그리고, 목소도 본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단 말이지... 이 상황이 누가 수세에 몰린 상황일까. 분명 내가 궁지에 몰린건 사실이지만 조급 한 건 그 녀석 일 거야.'

  

난 회장님께 전화를 걸어 하루만 쉬겠다고 전화를 걸었다. 한 번도 쉼 없이 달려온지라 회장님은 내가 탈이라도 났나 싶어 오시겠다는 걸 가까스로 말렸다. 


    '면식범이면 누가 그랬을까?'

     근래 내가 잘못한 게 있는지 원한 산 게 있는지부터 돌이켜 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돌이켜 봐도 내가 원한을 살 사람이 없었다.

    '케이크라....' 문득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난 전략 기획실 팀장에게 전화를 건다.    

    "박 팀장님, 강민수입니다."

    "아! 네, 대표님" 어느 순간 회사 사람들은 나를 대표로 대우해주고 있었다. 

    "개인적인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괜찮습니다. 말씀 주세요."

    "진성인이라는 사람이고요. 2년 전 사회적 기업 연류사건으로 검찰 소환된 사람입니다. 그리고 한 명 더 있는데 그 연류사건을 언론에 이슈화시킨 사람입니다. 이 두 명의 현재 근황과 행방에 대해 확인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관련 정보는 문자로 정보 넣어 드리겠습니다. 가급적 빠르게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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