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언제나 내 삶이 그랬던 것만 같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위기의 순간들이 막상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어 있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게 몸소 느껴졌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
한참 후에 기계식 음성이 들려온다.
"네 딸을 내가 데리고 있다."
"여보세요? 어디에 전화하셨죠?"
흔한 보이스 피싱이란 생각이 들어 전화를 끊으려 했다.
"강민수 씨, 당신 딸 소연이를 내가 데리고 있다고!"
보이스 피싱이 이 정도까지 발전했나 헛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어쩌라고?"
그때 내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나 소연이야.."
순간 움찔했으나 보이스 피싱 기술도 고도화가 되어 긴박한 상황을 만들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 목소리를 들려주어 현혹하는 사례가 뉴스에 자주 나오곤 했다.
"야! 장난치지 마라~"
그렇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으려 할 때 수화기 너머로 다급하게 한마디가 들려왔다.
"아빠.. 오늘 케이크 못 사갈 거 같아."
난 그제야 실제 상황임을 알았다.
일단 난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가 온다.
내가 십 수년간 쌓아온 건 위기관리 능력이었다.
딸아이의 목숨이 달린 문제지만 냉정 하게 생각하고 누가 아쉬운 상황인지 전체 그림을 그려본다.
전화벨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분명 딸아이가 뜬금없이 케이크 얘기를 꺼낸 의도가 있을 것이다. 목소리가 변조된 것도. 분명 내게 암시를 주는 것 같은데 그게 뭘까. 그리고, 목소도 본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단 말이지... 이 상황이 누가 수세에 몰린 상황일까. 분명 내가 궁지에 몰린건 사실이지만 조급 한 건 그 녀석 일 거야.'
난 회장님께 전화를 걸어 하루만 쉬겠다고 전화를 걸었다. 한 번도 쉼 없이 달려온지라 회장님은 내가 탈이라도 났나 싶어 오시겠다는 걸 가까스로 말렸다.
'면식범이면 누가 그랬을까?'
근래 내가 잘못한 게 있는지 원한 산 게 있는지부터 돌이켜 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돌이켜 봐도 내가 원한을 살 사람이 없었다.
'케이크라....' 문득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난 전략 기획실 팀장에게 전화를 건다.
"박 팀장님, 강민수입니다."
"아! 네, 대표님" 어느 순간 회사 사람들은 나를 대표로 대우해주고 있었다.
"개인적인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괜찮습니다. 말씀 주세요."
"진성인이라는 사람이고요. 2년 전 사회적 기업 연류사건으로 검찰 소환된 사람입니다. 그리고 한 명 더 있는데 그 연류사건을 언론에 이슈화시킨 사람입니다. 이 두 명의 현재 근황과 행방에 대해 확인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관련 정보는 문자로 정보 넣어 드리겠습니다. 가급적 빠르게 움직였으면 좋겠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