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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OKA Jan 15. 2023

떨어지는 유성처럼

13화

얼마 뒤 박팀장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대표님, 박팀장입니다. 일단, 진성인의 행방을 확인하던 중 의심 가는 정황이 포착되어 전화드렸습니다."

    "네, 상세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대창은 베트남으로 간지 1년 정도 되어 아직 한국에 돌아오지 않은 상황이고, 진성인이 수감 생활을 마치고 일주일 전 즘 출소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집으로 가지 않고 잠적하여 현재 신변 확인 중에 있습니다."

    "박팀장, 일단 잘 들어요. 지금 그 녀석이 제 딸을 납치한 것 같습니다."

    "네? 정말입니까?"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왜 이지경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 녀석은 항상 누군가를 곤경에 빠트리고 스스로도 함께 자멸하는 사이코패스와도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제가 그놈과 통화를 하지 않아 요구하는 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는 회장님께 이일을 알리도록 하고요. 박팀장님은 수고스럽겠지만 일단 TF 좀 바로 꾸려 주시고 핫라인 연결을 통해 당국의 협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상황이 다급함을 느꼈는지 박팀장의 비장한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난 바로 회장님께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하였다. 회장님은 상당히 충격을 받으셨지만 이내 냉정해지시고는 단 한마디 말씀을 건넨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찾아서 돌아오게나!"

    "네, 회장님."


분명 그놈이 딸을 납치했다면 딸아이의 동선을 파악했을 것이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감금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화벨이 울린다. 역시 발신 제한이 걸린 번호였다.

    "여보세요?"

    지난번과 동일하게 기계식 음성이 들려온다. 

    "강민수, 네 딸을 네가 데리고 있다. 6시간 준다. 현금 10억 준비해 놓고 내가 다시 전화하면 그곳으로 가져다 놓아라. 만약 일이 커지면 난 네 딸과 함께 바로 저승 여행을 떠날 것이다. 신중한 선택하길 바란다."

    이번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바로 박팀장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대표님, 지금 걸려온 전화 맞습니까?"

    "네 맞아요."

    "알겠습니다. 위치 추적하도록 하고 인력 배치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네, 서둘러 주시고요. 위치 파악되면 바로 연락 주세요."

    "알겠습니다."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질 않음을 다시금 느낀다. 갑자기 머릿속에는 온갖 망상이 떠오르며 다시는 딸아이를 보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기 시작하며 하얀 연기로 채워지는 것만 같았다.


두 시간이 지났을 까. 박팀장으로 부터 전화가 온다. 

난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었고 아내는 옆에서 경찰엔 왜 알리지 않느냐며 울고 불고 난리를 치고 있었다.

    "대표님, 대략적인 위치 파악이 되었습니다. 따님 학교 인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피스텔 신축 현장에서 신호가 잡히고 있습니다. 일단 그리로 경찰과 대동하겠습니다."

    "박팀장, 일단 내가 먼저 가서 확인할 게 있으니 전화 기다려주세요."

    "아... 네, 알겠습니다."

    난 급히 차를 몰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그곳에 도착했을 땐 어느덧 해가 질 무렵에 다 달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그곳엔 사람 한 명 없었다. 이 높은 곳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망막했지만 내 발걸음은 옥상을 향해 뛰어 올라가고 있었다.

마치 내가 삶을 마감하려 할 때와 같은 그날의 느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때처럼 몸은 젖어 한기가 느껴지며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고 시야는 좁아져 내 심장소리만 크게 들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맨 위층에 다 달았을 때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난간 인근 쪽에 딸아이가 묶여 앉아 있었고 그놈이 근처에서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뛰어들자니 그놈 옆에 큰 부엌칼이 보여 자칫 위험해질 수 있었고, 그냥 나서자니 바로 돌변할 것만 같아 어찌해야 될지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극심한 두려움 마저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때 딸아이의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때 난 비로소 내 머릿속에 들어찬 두려움이 한순간 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 학교에서 유도부 모집을 하는데 나보고 들어오래."

    "유도부?"

    "응, 이번에 우리 학교에서 처음 유도부를 창설했는데 선생님께서 나보고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셔서."

    "할 수 있겠어? 힘들지 않겠어?"

    "어, 내가 평소에 몸도 약하고 감기에도 잘 걸리고 그러잖아. 운동하면 건강해지고 나중에 내가 튼튼해져서 엄마 업고 다니면 되잖아."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말 무렵 그렇게 운동을 시작했었다. 어려운 살림이었지만 창설 멤버로 도복도 모두 학교에서 지급해 주었고 저녁을 거르기 일 쑤였는데 학교에서 합숙하는 날이 많아 다행히 식사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렇게 중학교도 유도부가 있는 학교로 진학하게 되었고 어느덧 운동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늘 허약한 체질이어서 어릴 적 엄마가 버는 돈의 대부분을 약값으로 치르곤 했었다. 하지만 유도부에 들어가고 난 후부터는 감기 한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허약했던 내 체질은 강해져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할 무렵 체육고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래도 눈에 띌만한 입상 경력도 있었지만 중요한 건 우리 가정 살림이 문제였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큰돈 들이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었는데 막상 고등학교 입학할 시점이 오다 보니 현실에 직면하게 되었고 그 뒤에는 엄청난 돈이 뒷받침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난 그때 취미활동으로서 운동을 지속하기로만 결심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때 내 꿈은 올림픽 스타도 전문 운동선수의 삶도 아니었다. 단지 체대를 나와 형사가 되었으면 하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었다. 일종의 나에 대한 반항 같은 느낌이 밀려오며 뜻하지도 않았던 미대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어릴 적부터 해온 운동과의 인연은 군대 가기 전까지 이어졌고, 그 경험은 사회생활을 하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버틸 수 있는 하나의 주춧돌이 되어 나를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다.


서른 살 조금 넘었을 무렵 직장 동료 몇 명과 회식을 간 적이 있었다. 여직원이 화장실 다녀온다고 나가고 나 도 잠시 후 화장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직원이 계단에서 두 명의 남자들에게 농락을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진아 씨, 무슨 일이야?"

    여직원은 울상을 지으며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난 순간 위험을 직감하고 위로 뛰어들어 한놈의 다리를 잡아 아래로 끌어내렸고 순간 계단에서 미끄러져 내려오는 그놈을 끌어내리며 계단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순간 당황한 녀석들이 뛰어내려오는 모습이 보였고 그중 한놈이 내게 발길질을 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난 순간 그 녀석 옆으로 붙어 들어메치기를 했고 바로 주먹이 날아오는 게 보여 순간 나도 모르게 날아오는 팔을 잡고 한 팔 업어치기로 다른 한 녀석을 시멘트 바닥에 메다꽂았다.

     순간 벌어진 일이었다. 셋다 강한 충격을 온몸으로 받아서 인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직원들이 나오며 상황이 정리되고 잠시 후 경찰관들이 오며 그 녀석들과 나, 여직원 그리고 일부 직원들과 함께 인근 지구대로 가게 되었다. 계단에서 끌려 내려온 녀석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히며 피를 흘리고 있었고, 맨바닥에 그대로 들어 메치기 당한 녀석 또한 머리부터 떨어져 역시 상태가 좋지 못했다. 그나마 큰 상처 없던 마지막 녀석이 자신들의 일방적인 피해를 피해를 주장했고 고소를 당한다. 

    그나마 당행이었던 건 당시 많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CCTV가 그곳 계단에 설치되어 있었다. 계단에서 소변을 보는 사람들 많아 설치하였다는데 덕분에 정황이 파악되었고 정당방위 인정되며 난 무혐의 처리되고 녀석들은 강간미수죄로 들어가게 된다. 


그 일로 여직원과 급작스럽게 친분이 쌓였고 우린 반년 만에 결혼하게 되었다.


그때가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일 년이 지났을 무렵이 이었다.





    

난 근처에 보이는 쇠파이프를 잡아 들고는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녀석이 뭔가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두려움이나 공포심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다. 그렇게 마음으로 열을 세고는 순간 그놈에게 달려갔다.

    순간 깜짝 놀란 그 녀석은 핸드폰을 떨어트리고 내쪽을 쳐다보는데 거리가 꽤 있었기에 녀석은 옆에 있던 칼을 집어 들었다.

난 그놈에게 달려갈 때 마치 세상이 멈춘 듯한 느낌 속에 장면 장면 끊어지는 느낌이 들며 녀석이 칼을 잡는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내가 근처에 다가갔을 땐 느린 동작으로 그 칼날이 내게 날아드는 걸 볼 수 있었고 간신히 몸을 숙여 피할 수 있었다. 난 달려가던 그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숙인 몸 그대로 녀석을 몸뚱이를 붙잡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칼을 피하기 위해 순간 몸을 숙이며 태클을 시도하게 되며 속도를 줄이지 않아 그 녀석과 그대로 난간 밖으로 떨어졌다. 


이때 까지도 세상이 멈춰 있는 느낌과 순간 허공에 몸이 뜬 느낌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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