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땅에 단비처럼

'기저선'

by 글로

나:저는 ‘김동률’이랑 ‘윤상’ 좋아해요.

선생님: 저도 그 분들 좋아해요. ‘노리플라이’ 권순관도 좋아하구요. 성시경노래

‘영원히’ 작곡한 사람이에요.

나:우와! 정말요?

1년, 2년 시간이 흐르니 피아노 선생님과 친해져 음악에 대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다. 무슨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가수의 음색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다. 피아노를 치지 않고 선생님과 얘기만 나누어도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게 재미있었다. 메마른 땅에 단비처럼, 마음 속에 면사포구름 뜬 듯 생생한 기쁨으로 넘치는 시간이었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은 선생님이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셨다는 것과 실용음악으로 전향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지진이 일어나듯 밟고 있는 땅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 가사를 써놓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앨범을 내볼까? 내가?’


학원에서 노래는 부를 수 없어 연습실을 예약했다. 마치 연습실이 방송국이라도 되는 양 떨렸다. 지하였는데 아늑하고 평안하고 신비로웠다. 기다란 테이블과 넓은 거울, 세련된 건반, 철제의자 두 개, 알맞은 조명. 음악에만,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고 라이브로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좋아하는 노래 악보를 뽑아갔다.

‘개여울(정미조)’, ‘사랑 안 해(백지영)’ ‘두 사람(성시경)’

선생님은 어떤 악보든 들이대면 즉석에서 연주 가능했다. 감정을 있는 대로 넣어 노래를 부르는 순간만큼은 그 어떤 가수도 부럽지 않았다. 진심을 담아 쓴 가사가 있었고 취향이 맞는 작곡가가 곁에 있었다. 작곡가는 기저선이 되어 주었다. 음악을 향한 꿈을 이룰 수 있는 시작점. 보컬 트레이너를 소개해 주고 녹음 이후 작업인 믹스, 튜닝, 마스터링, 유통사까지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전문가였다. 물밑에 오래 머물던 고래가 드디어 물 밖으로 나와 거대한 몸뚱아리를 드러내며 숨을 쉰다. 황홀하다. 긍정적인 충격으로 뇌에서 엔돌핀이 분비되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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