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오기 싫은 대만

Shining Taipei

by 글로


‘중정기념관’은 타이뻬이에서 들른 몇 안 되는 관광지 중 하나다.


나: “왜 여기를 가야 할까?”

남편: “관광지 한 두 군데는 봐줘야하지 않을까? 둘러 본 곳이 없어. 공원이랑 나무만 보다 가면 나중에 기억 나는 게 없을거 같아”

나: “그래. 멀지 않은 곳으로 한 군데는 예의상 봐주자”


도착하자마자 나타나는 웅장한 개선문과 기념관, 광장과 정원. 어느 것 하나 불평할 거리가 없다. 파란 하늘과 하얀 건물, 너른 광장은 부랴사랴 도착한 관광지 앞에서 생각을 정지시킨다. 항상 좁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 자리 하나 없어 제자리에서 근뎅거리던 조붓한 마음이 일시에 뻥 뚫린다. 근위병교대식도 보고 공간을 향유하며 이리저리 걸어다녔다.


기념관 계단에 한 청년이 전문가용 카메라를 어깨에 매고 있다. 다가가 사진을 부탁했고 그는 웃으며 응수했다. 간단히 두 컷을 찍고 사진을 보여주며 확인해보라고 한다. “어머나!” “우와!” ‘같은 풍경을 이렇게 담아낼 수도 있구나!’ 완벽한 구도, 채광, 미소. 그 안에 우리가 훌륭하게 들어가 있다. 사진을 확인하고 감사 인사를 전할 새도 없이 숭글숭글한 인상의 청년은 멀리로 가버렸다. 색다른 곳에서 전문가가 찍어준 사진 두 장으로 마음이 근질근질하도록 행복했다.




‘용캉제’는 큰 기대 없이 방문한 곳이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데 구경 해보자. 거기에서 선물용 디저트도 많이 판대”하며 남편을 잡아 끌었다. 남편도 여행을 오면 평화주의자가 되어 왠만해서는 내말을 거역하지 않는다. 믿을 건 짝꿍밖에 없으니 그럴거다. ‘맛있는 파인애플잼을 넣은 과자가 있다던데....’ 거닐다 퍼뜩 생각났다. 마침 종이봉투가 미어 터지게 누가크래커를 담은 젊은 여자 둘이 한국말로 얘기하며 지나간다.

“어디에서 사셨어요? 어디에 가면 이런 걸 살 수 있어요?”


돌아온 대답은 아침 7시부터 줄을 서야 살 수 있고 이미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미미’라는 누가크래커 파는 상점인데 ‘누가’가 다른 곳보다 많이 들어있어 맛이 좋단다. ‘얼마나 많이 팔리길래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야 하나? 한국에서는 먹지도 않는 누가크래커를 사기 위해 줄을 서야 하나?’ 고민하며 여기저기 기웃대다가 우연히 빵집을 발견했다. 알고 보니 책자에서 본 ‘썬메리’라는 유명한 곳이고 ‘펑리수’ 파인애플과자를 팔고 있었다. 지인들에게 나눠줄 과자를 몇 상자 사니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 야속하게도 타이뻬이의 햇살은 알맞게 따뜻했고 용캉제 정원은 오래 살아온 정든 곳처럼 편안해 떠나오기 싫었다. 남편도 좋다고 하니 머리 속까지 시원한 미풍이 불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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