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저를 참 많이도 미워했어요.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늘 그래왔던 것 같아요. 흔히들 말하는 자존감이라는 것이 나에게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매일매일 자기혐오에 빠지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제 주변 사람들은 늘 저에게 좋은 말을 해줘요. 그 마음이 너무나 진실되어서 저에게 쉽게 스며들지 못해요. 저는 부족한 사람이니까. 잘난 것 하나 없이 그렇게 산소만 축내는 사람이니까.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살다가는 후회만 남는 사람이 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엄습했어요. 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인거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을 가지고 싶었어요. 스스로에게 증명해내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시작했어요. 매일매일 나에게 칭찬을 해주기로, 칭찬의 모양은 다양해서 사소한 것과 큰 것 구분 없이 어디서든 찾을 수 있더라고요. 아침에 알람을 듣고 한 번에 일어난 것/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은 것/예상시간에 맞춰서 버스를 타고 약속시간에 늦지 않은 것/집에 돌아온 후 옷가지를 옷걸이에 잘 정리해 걸어놓은 것/꾸물대지 않고 바로 씻은 것 등 정말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칭찬해 주려고 노력했어요. 모든 게 불만이었던 날들이 하루하루가 빛나고 뿌듯한 날들로 바뀌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지만 날이 갈수록 뻔뻔함과 당당함이 늘더라고요, 나를 쓰다듬는 법을 알게 된 거죠. 그걸 계속하다가 문득 생각했어요. '아, 내 본업에 대해서 칭찬을 한 적이 없구나.'
저는 약 10년 동안 음악을 해왔어요. 그리고 지금은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고요. 나름 만족하면서 즐겁게 하고 있어요. 그런데 중간중간 확신이 없는 매일들이 지겨워지기도 하고 무서워지기도 했어요. 나를 칭찬하기를 하면서 정작 본업을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나는 칭찬하지 못했었나 봐요. 연습도 매일 하고, 곡도 계속 쓰고, 공연도 꾸준히 잡고 하는데 왜 이런 노력이 나를 위한 노력인데도 나는 나를 위한 노력이 왜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요? 타인을 사랑하고 아껴주고 위로해 주고 걱정해 주고 좋은 말을 해주는 건 진심으로 내뱉지 않아도 그 사람이 받아들이고 싶은 모양대로 전달되어 있기 마련인데, 나에게 하는 나의 말들은 그 취지를 알기에 너무나 모순되어 보여서 그렇게 하지 못했던 것이었을까요? 참 행복하게 사는 건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발버둥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저를 정말 사랑해 주고 아껴주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거든요. 아름다운 것을 보았을 때 그대로 아름답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아무것도 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볼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저는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이 글이 끝나도 제 노력과 고민은 끝나지 않을 거예요. 끊임없이 발버둥 치면서 사소한 행복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노력할 거예요. 제 행복이 쌓여서 제가 행복하게 된다면 그 소식을 계속 적어보려고 해요. 약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많이 미워하고 혼냈으니까 이제는 칭찬받아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도 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