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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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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24. 2023

7. 시간은 흐르고 있고

강아지와 산책하며 강아지 엉덩이가 실룩 거리는 걸 본다.

‘이 순간도 내가 그리워하게 될 순간이 되겠지’ 생각했다.

시간은 수증기처럼 날아가는 중이다.

다가오는 시간보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으로,

다가올 시간을 위해서 지금을 희생하며 사는 삶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을 보냈다.

가끔은 주말도 일을 하며 나중의 나은 삶을 기약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

과거도 미래도 걱정하지 않고 지금을 즐기는 삶은 없는 컨셉인지도 모르겠다.


지나는 시간에 집착을 해서인지

어느순간 시간이 흘러 ‘어머 벌써 이렇게 되었네’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였나, 지나는 계절을 순간으로 기억하려 노력했었다.

꽁꽁 언 얼음이 떠다니는 동네의 인공호수 다리위를 지나며

이 순간이 아름답다 느끼며 올해를 시작했었다.

매화가 피는 봄에 강아지를 매화 나무 아래에 서게 하며

그 순간이 예쁘다 생각했었다.

여름이 오기 시작 할 즈음에는

계란 꽃들이 하나 둘 피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제라도 하듯 불꽃처럼 들판에

펑펑 피어있는 모습을 보면서

순간을 마음속에 저장했었다.

그리고 하늘의 달 모양이 바뀌는 모습을 보며

아쉬운 마음을 위로 받았다.

8월말 부터 가을이 오려는지

귀뚜라미가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직 공원은 단풍이 들지 않았지만 선선해진 공기가 싫지 않았다.

회사에서 일만하고 집에 와서도 일을 해야하는 내 직업을 원망 많이 했지만

그래도 시간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로

계절의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가을과 연말에는 가족과 친구들, 사람들을 좀 만나야 겠다.


평소에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며칠 전 동네 친구를 사귀고 싶어 동네 아줌마를 만났다.

예전에 회사 자문단으로 활동 하셨던 아줌마인데

저녁에 치맥한잔 하자는 말에 망설임 없이 ‘콜’을 외치며 마주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지만 낮가림 없이 반가웠다.

‘어떻게 지내셨어요?’라는 관례적인 인사로 치킨집 테이블에 앚았다.

직장에 얽혀있지 않은 관계라 그런지 속 이야기까지 꺼내는게 어렵지 않았다.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라고 마음 껏 외치며 저녁시간 내내 서로의 이야기를 풀었다.

그리곤 조만간에 다시 만나자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인사하며 헤어졌다.

동네 아줌마와 나눈 이야기는 어디에서 자랑스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서로의 숨기고 싶었던 이야기를 나누며 You are not the only one 이라고 위로 했다.

오랜만에 대학 친구 처럼 모든 이야기를 다 했었다.

그래서 좋았나 보다.


나는 기억하고 싶다.

아무것도 아닌 삶의 시간들을 기억하고 싶다.

그래서 할머니가 되었을 때 하나하나 꺼내 생각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도 심심하지 않을 것이다.

음악을 연주하고 추억을 떠올리며 밤에는 하늘을 보며 하루하루를 위로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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