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가볍고도, 무거운,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처음, 준비도 없이 닥친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삶의 첫 번째 리허설이 삶 그 자체라면 삶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밑그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밑그림’이라는 용어도 정확하지 않은 것이, 밑그림은 항상 무언가에 대한 초안, 한 작품의 준비 작업인 데 비해, 우리 삶이라는 밑그림은 완성작 없는 초안, 무용한 밑그림이다.
토마시는 독일 속담을 되뇌었다.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_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