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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점짜리 인생을 살기로 했다

'더' 하는 것이 아니라 '덜' 하는 연습

by 하루

나는 오늘부터 100점짜리 인생을 살기로 했다. 남들이 들으면 의아해할 것이다. "원래 80점이나 60점으로 살다가, 이제 정신 차리고 완벽하게 살아보겠다는 건가?" 아니다. 정반대다. 나는 그동안 120점, 아니 200점짜리 인생을 살려고 아등바등했던 사람이다.


나는 욕심이 많다. 인정한다. 나는 지독한 욕심쟁이다. 직장에서는 유능한 사람이고 싶었고 모임에서는 유쾌한 사람이고 싶었고 따뜻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다. 퇴근 후에는 브런치 작가로, 유튜버로, 사진작가로, 그 모든 분야에서 '탁월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남들이 "와, 그걸 다 해요? 대단하네요"라고 말해도 성에 차지 않았다. 겉으로는 웃었지만 속으로는 채찍을 들었다. '아직 부족해.' '더 잘할 수 있었잖아.' '저 사람은 더 잘하는데 나는 왜 이 모양이지?'


나의 기준점은 항상 하늘 꼭대기에 있었다. 시험으로 치면 만점이 100점인데, 나는 혼자 200점을 목표로 잡고 문제를 풀었다. 그러니 결과가 100점이 나와도 기쁘지 않았다. 남들은 "만점이다!"라고 축하해 주는데, 나 혼자 "아, 200점이 아닌데..." 하며 시무룩해했다. 나참, 이게 무슨 짓인가. 그게 내 불안의 근원이었다.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세워두고, 매일매일 실패감을 느끼는 형벌. 나는 나 자신을 그 형벌 속에 가두고 살았다.


불안장애는 어쩌면 '초과 달성'을 하려는 뇌의 과부하가 아닐까 싶다. 1리터짜리 물병에 2리터의 물을 부으려고 하니, 물은 당연히 넘쳐흐른다. 그 넘쳐흐르는 물이 바로 불안이다. 나는 내 그릇의 크기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들이붓기만 했다. "더, 더, 더!"를 외치면서. 3시간이면 끝낼 강의 준비를 6시간 동안 붙들고 있고, 보고서의 오타 하나까지 완벽하게 맞추려다 밤을 새웠다. 그건 성실함이 아니었다. 그건 미련함이었고, 내 몸과 마음에 대한 학대였다.


그래서 결심했다. 기준을 바꾸기로. "딱 100점만 하자." 여기서 말하는 100점은 '완벽'이 아니라 '만점'을 뜻한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상태. 충분한 상태. 시험지에도 100점 위에는 점수가 없다. 그런데 왜 인생에서만 120점, 150점을 바라는가? 100점짜리 인생을 살기로 마음먹으니, 해야 할 일이 명확해졌다. '더 하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는 것'.


신기한 건, 점수 목표를 낮췄더니(정확히는 정상화했더니) 결과물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200점 노력을 쏟아부어 만든 결과물이나, 100점만 딱 채워서 만든 결과물이나, 남들이 보기엔 비슷했다. 오히려 내가 여유가 생기니 표정이 밝아져서 평판은 더 좋아졌다. 어제 동료가 말했다. "요즘 밝아 보이세요. 전엔 항상 뭔가 쫓기는 것 같더니." 나참, 그동안 나는 누구를 위해 그 쉐도우 복싱을 했던 걸까.


물론 여전히 욕심이 난다. 잘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 "와! 진짜 못하는 게 없어"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 욕망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말한다. "야, 100점이면 만점이야. 거기서 더하려고 하면 반칙이야." 어제도 그랬다. 강의 준비를 하는데, 자료를 하나 더 넣고 싶어졌다. '이것도 넣으면 더 좋을 텐데.' 그런데 멈췄다. '아니야. 지금도 충분해. 100점이야.' 그렇게 말하고 컴퓨터를 껐다. 20분 일찍 퇴근했다. 그 20분으로 커피 한 잔 마시며 하늘을 봤다. 에라이, 이게 진짜 만점 아닌가.


나는 100점짜리 인생을 살 것이다. 120점을 받으려고 나를 갈아 넣는 대신, 20점의 여유를 남겨두어 나를 돌보는 인생. 그 남은 20점의 에너지로 퇴근길에 하늘 한 번 더 보고, 좋아하는 커피 한 잔 더 마시는 인생.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고, 친구한테 연락도 하는 인생. 그게 진짜 만점짜리 인생 아닐까. 다정함에도 체력이 필요하다. 불안할 땐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 여유는 120점을 포기할 때 생긴다.


가끔 거울을 보며 말한다. "욕심쟁이야. 이제 그만하면 됐다. 너는 이미 충분하다. 100점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모든 분야에서 최고가 아니어도 괜찮다. 가끔 실수해도 괜찮다. 100점이면 만점이니까.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욕심이 아니라 자해다. 오늘도 나는 100점짜리 인생을 산다. 딱 100점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고, 충분히 가치 있고, 충분히 아름답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이루어진다." - 생텍쥐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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