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공은 신입 사원, 어공은 경력직 사원
나는 ‘어공’이었다.
공무원에는 ‘원공’과 ‘어공’이 있다. ‘원래 공무원’과 ‘어쩌다 공무원’이라는 뜻이다.
원래부터 공무원이 되고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9급이든 7급이든 공개채용 시험을 통해 들어온 이들을 원공(혹은 늘공)이라고 한다. 공무원 시험 외에도 공무원이 되는 방법에는 생각보다 다양한 경로가 있는데, 이렇게 다른 경로로 어쩌다 공무원이 된 이들을 어공이라고 한다.
원래 공무원의 절대 다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반행정직 공무원이다. 정년이 보장되고, 호봉제에 따른 급여를 받는다. 수습과 시보 기간을 거치며, 보통 2년 단위로 보직이 순환된다. 지방공무원의 업무 영역은 광범위하다. 동사무소에서 등본 떼어주는 업무에서부터 세금 걷고, 불법 주정차 단속하고, 지자체에서 주관하는 축제 추진하고, 예산 짜고, 민간단체 보조금 교부하고, 농민들에게 농기계 빌려주고, 언론사와 민원인을 상대하는 등 대부분의 업무를 일반행정직 공무원이 맡는다. 애초에 크게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은 일이고, 잦은 인사발령으로 인해 전문성을 쌓기도 어렵다.
그런데 반드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가 있다. 의사, 변호사, 학예사와 같이 자격증이 필요하거나 통번역, 사진·영상 촬영, 글쓰기 등 단기간에 습득하기 어려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종이다. 공무원의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와 법률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변호사, 지역 축제 기획과 운영을 맡는 축제 전문가, 지자체 SNS를 운영하는 홍보 담당자가 모두 공무원이다. 이런 공무원은 일반적인 공채 시스템이 아니라 경력채용 방식으로 선발된다. 서류전형을 통해 자격증이나 전공, 학력, 경력을 살피고 면접에서 이를 검증한다. 필기시험은 따로 없다.
이렇게 선발된 공무원이 경채 공무원, 혹은 임기제 공무원이다. 나는 임기제 공무원이었다. ‘임기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임기가 정해져 있는 공무원으로,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다. 임용 기간은 2년이었고, 근무성적평정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장되어 최대 5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고 했다. 5년이 지나면 다시 공고가 나고 다른 지원자들과 같은 조건으로 시험을 쳐야 한다. 물론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는 전임자가 합격해 재임용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여기서 탈락해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는 임기제 공무원도 없지 않다. ‘계약직’ 공무원이라고 이해하면 쉽다(실제로 예전에는 계약직 공무원이라는 명칭이었다고 한다). 인사발령이 나지 않고 한 자리에서 계속 근무하며 호봉제가 아닌 연봉제의 적용을 받는다. 수습 기간이나 교육은 따로 없다.
원공이 ‘신입 사원’이라면 어공은 ‘경력직 사원’이라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