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얗게 멍든 종이
괜한 일을 벌였나 싶다. 투고한 지 나흘째 되는 날 심경이다.
도대체 뭐 하러 투고를 했지? 아니 애초에 소설을 왜 쓴 거야? 그것도 하필이면 자전적 소설을. 감히 내가 무슨 공명심에...
각오한 일이었지만 이렇게 초조할 줄은 몰랐다. 하루에도 몇 번씩 메일함을 들여다보고 새로 고침을 누른다. 투기 후기에 나오는, 흔히들 겪는다는 그 뻔한 행동들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깨닫는다. 나는 정말 작가가 되고 싶었구나.
그저 문학이라는 나라에 입국하고 싶었다. 내가 쓴 이야기로 펴낸 책 한 권이 그 나라의 비자, 혹은 시민증 같은 거라고 믿었다.
공인이 된다는 건, 내게는 언제나 큰 부담이자 두려움이었다. 그런데 홀연히 어느 날 즈음에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투고하는 일은 일사천리로 굴러갔다.
오늘은 문득, 나도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생각 없이 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댔다. 이제는 매였던 마음을 풀자. 내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그것을 세상에 발표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이미 나는 그 어떤 이야기든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믿어졌다. 자유롭다. 베드신을 커다란 스크린에 공개한 여배우처럼 더 이상 숨길 것도 창피한 것도 없다는 기분이다.
그러니, 내게 기회를 다오. 어쨌든 시작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