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녀는 월요일 아침부터 '칼 루틴' 의 삶을 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깨끗하게 씻고 예쁘게 단장하고 출근한다.
나에게 예쁜 목소리도 들려주고 힘을 불어넣어준다.
회사에서 저녁까지 먹고, 가뿐하게 퇴근한다.
그녀의 말투 한 줄 한 줄에 웃음이 스며들어 있어서,
오히려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인가 신경이 쓰였지만,
그녀는 실제로 기분이 좋아서란다. 다행이다.
최근에 내 손목에 인생 처음으로 문신을 새겼다.
작은 레터링으로, 그녀의 이니셜.
개인적으로 리서치도 하고, 수백가지의 폰트를 비교한 뒤, 내가 벡터 이미지도 준비했지만,
처음 해보는 문신이었기 때문에, 타투이스트 분께는 생각보다 길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래서 실례될만한 말도 많이 했다.
'한 글자이니까 금방 되겠죠?' '제가 가져간 이미지 그대로만 따라 그려주시면 될 것 같아요.'
자신의 작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를 아티스트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막말을 했다.
마치 자신의 작품세계가 있는 화가에게 모작을 그려달라고 한 것과 같은.
세상 어떤 일이든 실제로 해보기 전엔, 얼마나 어렵고 귀찮고 복잡한 일인지 알 수 없다.
커피 심부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까탈스러운 주문을 다 모아서,
커피 네 컵이 한 모금도 쏟아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들고 오는 노고를 알 수 없다.
누군가의 일이 쉬워보인다면, 그 사람이 그 일을 참 잘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다.
그녀가 몇달간 나와 함께 살다간 '우리 집' 에 혼자 남아 있으니,
그녀는 겸손하게 '집에서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고 말하곤 했지만,
구석구석 그녀가 얼마나 집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아름답게 꾸며줬는지가 느껴진다.
그런 그녀가 없으니, 집이 텅 비어버렸다.
그 집에 앉아, 내 손목에 새겨진 그녀의 이니셜을 바라본다. 지울 수 없는 문신 같은 그녀.
나도 칼 루틴으로 출근한다. 열심히 일한다. 점심을 픽업하러 나온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알고리즘 덕인지, 멜로망스의 '사랑인가 봐' 가 흘러나온다.
원래 좋아하는 가수이고, 그녀를 만난 뒤 그녀를 생각하며 '선물' 은 백만번 들었는데,
'사랑인가 봐' 는 내가 안 본 드라마의 OST 여서인지 나는 어쩌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
요즘 장안의 화제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삽입되어, 차트를 다시 오르는 것 같다.
너와 함께 하고 싶은 일들을 상상하는 게
요즘 내 일상이 되고
너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따라 웃고 있는 걸
... 점점 너와 하고 싶은 일들 생각하면서
하룰 보낸 날이 많아지는데
이건 누가 봐도 사랑일 텐데
종일 함께면 질릴 텐데
나 돌아서도 온통 너인 건
아무래도 사랑인가 봐
가사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내 얘기인 것만 같아 깜짝 놀란다.
가사 한 글자 한 글자마다 내 얘기인 것만 같게 만들어주는, 그녀란 사람에게 고맙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에.
오늘의 그녀는 한 주의 시작을 칼루틴으로 여는 모습을 안아주고 싶었고,
겸손하게 모든 일을 착실히 해내는 모습을 본받고 싶었고,
기분이 좋은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녀는 안아주고 싶고, 본받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