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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형란 Jun 08. 2016

요술의 방

버스 팻말 밑

오징어 다리 달린 광고지 한 장

잠만 잘 분

500/30  당장 입주

일년 계약, 연장 가능

아직도 이런 광고를 붙이나 생각하는데

왈칵 반가운 마음이 밀려든다

사랑도 안 하고, 헤어지지도 않고,

직장에 매지도 않고

월말 고지서에 한숨 쉬지도 않고

그냥 계속 잠만 잘 사람을 찾는다고?


잠만 자빠져 자는 놈이 아니라

잠만 잘 분으로 정중히 모셔서

숲속의 공주처럼 푹 자게 놔두고

일년으로 모자라면 연장도 해 준다니

500/30 이면 너무 싸다


저요, 저요! 하는 내 마음의 외침을 들었는지

내 간절한 눈빛을 읽었는지

행인 하나 안쓰럽게 힐끗 쳐다봤지만

내 마음은 벌써

그 요술의 방으로 이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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