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팻말 밑
오징어 다리 달린 광고지 한 장
잠만 잘 분
500/30 당장 입주
일년 계약, 연장 가능
아직도 이런 광고를 붙이나 생각하는데
왈칵 반가운 마음이 밀려든다
사랑도 안 하고, 헤어지지도 않고,
직장에 목매지도 않고
월말 고지서에 한숨 쉬지도 않고
그냥 계속 잠만 잘 사람을 찾는다고?
잠만 자빠져 자는 놈이 아니라
잠만 잘 분으로 정중히 모셔서
숲속의 공주처럼 푹 자게 놔두고
일년으로 모자라면 연장도 해 준다니
500/30 이면 너무 싸다
저요, 저요! 하는 내 마음의 외침을 들었는지
내 간절한 눈빛을 읽었는지
행인 하나 안쓰럽게 힐끗 쳐다봤지만
내 마음은 벌써
그 요술의 방으로 이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