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너의 말로 아빠도 자란단다
엄마 얼굴을 만지고 있던 딸이 말했다.
"엄마 눈은 갈색이야!"
"그럼 하연이는 무슨 색인데?"
그러자 하연이는
"안 보여 하연이는..."
아침 생방송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과한 의상을 입은
선배가 오늘 의상 괜찮지 않았냐고 물어온다.
"아니 그거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적당히 입어 선배."
턱밑까지 이 말이 차올랐지만 꾸욱 참고 적당히 응해준다.
"응 독특하고 괜찮더라."
아침부터 차마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근육질의 땅땅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장인어른의 볼을
잡아당기며 딸아이가 말한다.
"할아버지 귀여워."
그 말을 들은 장인어른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허허허 웃으신다.
예순이 다 된 나이지만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으시기에 나도 늘 생각했던 그 단어.
하지만 당연히,
사위인 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
오직 딸아이만 가능한 일.
보이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특권은
아이들에게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의 말은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하다.
심지어 핵심을 간파한다.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리다.
보이면 보이고 안 보이면 안 보인다.
복잡하게 얽혀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을
해결하고 싶을 땐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자.
정답을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연아, 아빠....... 아까 엄마랑 싸웠는데 이거 어떡하지?"
"응? 아빠가 미안하다고 하면 되잖아!"
"회사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떡하지?"
"사이좋게 지내야지! 싸우면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