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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Apr 10. 2020

보이지 않아

딸아, 너의 말로 아빠도 자란단다


엄마 얼굴을 만지고 있던 딸이 말했다.

"엄마 눈은 갈색이야!"

"그럼 하연이는 무슨 색인데?"

그러자 하연이는



"안 보여 하연이는..."


하연이 눈 색깔은 하연이한테는 안 보여.......




아침 생방송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과한 의상을 입은

선배가 오늘 의상 괜찮지 않았냐고 물어온다.

"아니 그거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적당히 입어 선배."

턱밑까지 이 말이 차올랐지만 꾸욱 참고 적당히 응해준다.

"응 독특하고 괜찮더라."

아침부터 차마 기분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근육질의 땅땅한 체구를 가지고 있는 장인어른의 볼을

잡아당기며 딸아이가 말한다.

"할아버지 귀여워."

그 말을 들은 장인어른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허허허 웃으신다.
예순이 다 된 나이지만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으시기에 나도 늘 생각했던 그 단어.


하지만 당연히,

사위인 나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
오직 딸아이만 가능한 일.

보이는 그대로 말할 수 있는 특권은

아이들에게만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의 말은 소름 돋을 정도로 정확하다.
심지어 핵심을 간파한다.

맞으면 맞고 틀리면 틀리다.
보이면 보이고 안 보이면 안 보인다.

복잡하게 얽혀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일을

해결하고 싶을 땐 아이들의 말을 들어보자.
정답을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연아, 아빠....... 아까 엄마랑 싸웠는데 이거 어떡하지?"


"응? 아빠가 미안하다고 하면 되잖아!"



"회사에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떡하지?"

"사이좋게 지내야지! 싸우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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