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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Mar 14. 2020

울지 마 지원아

딸아, 너의 말로 아빠도 자란단다


“지원이는 집에 안 가.”

"하연아 지원이가 왜 집에 안 가?"

몰라. 계속 울기만 .”


울지 마 친구야!




어린이집에 가장 먼저 등원해서 제일 늦게 집에 가는

아이가 있었다. 하연이가 1세 반일 때 같은 반이었는데

부모가 우리 같은 맞벌이였기에 지원이는 자연스레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었다.  


어린이집에 가는 길, 들어가기 직전, 하원 할 때 보게 되는 지원이는 항상 울고 있었다. 한번 등원하면 까마득한 시간이 지나서야 부모와 다시 만나게 되니 그럴 법도 했다.
  
주말에 우연히 지원이네와 만난 적이 있었다.

볕 좋은 가을날,  집 근처 공원에서

나란히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함께

먹게 됐는데 그 때야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남편이 갑자기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발령이 나면서 출퇴근 시간이 2배로 늘어났다고 했다.

아내는 비교적 가까운 곳에 근무를 하고 있었지만

야근이 잦았기에 자연스레 지원이가 어린이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했다.

또 그들은 이곳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부부가 됐기에 이 동네를 사랑하고 당연히 떠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하던 부부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어쩔 수 없죠.”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자연스레 나오는

한숨. 그리고 잠깐의 공백.


서로 아무 말도 없는 그 잠깐의 침묵이 참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그래도 함께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해서 놀아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누가 모를까.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대한민국 직장인이

주말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그렇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매달 아파트 대출금을 갚아야 하고 아이의 교육비,

가족의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우리 직장인들에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게 당연한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엄마의 야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아빠가 집과 동떨어진 곳이 아닌 희망하는 곳에 근무할 수 있다면, 직장인들의 육아 여건이 조금만 더 나아진다면 지원이의 울음이 조금은 그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p.s>2018년에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는데

가이드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추석 때 한국 관광객이 몰리는 걸 보고

한 현지인이 그에게 물었다고 한다.
  
“이때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나요?”
  
가이드는 추석은 서양의 땡스기빙 데이 같은 날이고,

가장 긴 연휴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길게는 열흘까지

쉬는 사람들이 많다고 대답해줬다 했다.

직장인들은 연중 가장 길게 휴가를 낼 수 있는 시기라는

설명도 덧붙여줬다고 했다.


그러자 그 현지인은 이런 대답을 했다고 한다.
  
“오, 다른 건 모르겠고 저는 가장 긴 연휴가 열흘밖에

 되지 않는 직장에서는 일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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