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너의 말로 아빠도 자란단다
일어나자마자 딸이 말했다.
“아빠 꿈나라에 가고 싶어.”
어젯밤이었다.
불 끄고 나란히 셋이 누워있는데
어둠 속에서 하연이가 말했다.
“아빠 잠이 안 와요.”
나는 하연이의 배를 문질문질 해주며 말했다.
“하연아 아빠랑 꿈나라에 같이 가자. 꿈나라에 가면 구름도 탈 수 있고, 초콜릿으로 만든 집도 있어. 하연이가 좋아하는 건 다 있어. 거기서 하연이는 누구도 될 수 있고.”
"언니도 될 수 있어요?"
"그럼 당연하지. 하연이는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괴물은요? 괴물은 없어요?”
“응~ 꿈나라에서는 하연이가 주인이야. 괴물이 오면 ‘수리수리 마수리 얍!’하고 외치면 괴물이 무서워서 도망가니까 겁먹을 필요 없는 거야. 알았지?”
내 이야기를 들은 하연이는
몇 분뒤 코를 골며 꿈나라에 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분이 좋았나 보다.
아빠를 발로 툭툭 차 깨우고는
꿈나라에 다시 가자고 보챘다.
하연이가 꾼 꿈은 어떤 것이었을까.
구름을 타고 초콜릿이 가득한 집으로 날아가
달콤한 초콜릿을 마음껏 먹는 꿈이었을까.
아니면 언니가 되어 평소 좋아하는 키즈카페 가서
마음껏 뛰어노는 꿈이었을까.
행복한 꿈을 꾼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미워하는 회사 사람이 등장해서 힘껏 싸우거나,
싫어하는 일을 떠맡아서 괴로워하는 꿈,
불이 나거나 뭔가 터지는 꿈 아니면 울거나 소리 지르거나 하는 그런 힘겨운 꿈만이 나를 찾아온다.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순 없지만
꿈만이라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뛰어놀며 행복해 어쩔 줄 모르는 꿈,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어치우는 꿈,
사랑하는 사람과 평온한 하루를 보내는 꿈 같이
1차원적인 행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그런 꿈이
한 번만이라도 다시 찾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