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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진 Apr 01. 2020

만우절, 바보 아빠의 수줍은 고백

딸아, 너의 말로 아빠도 자란단다


아내와 딸이 티격태격하더니

하연이가 먼저 공격한다.

"엄마는 고집쟁이!"

아내는 단호하게 말한다.

"하연아 엄마한테 그런 말 하면 못 써!
 그러면, 엄마가 고집쟁이면 하연이는 뭐야?"

"하연이는 수다쟁이!"

지켜보던 나도 궁금해졌다.

"하하하, 하연아 그럼 아빠는? 아빠는 뭐야?"

아빠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입을 뗀다.
 



"바보 같아......."


바보 아빠


아빠가 뭐가 그리 바보 같았을까.

매일같이 아빠 목말을 타고는    
양 귀를 붙잡고 운전대 마냥 가지고 놀면
아빠는 바보처럼 그냥 헤헤헤 웃어서 그런가.


자고 있는 아빠 얼굴을
양 발로 퍽퍽 차서 깨우면
아빠가 또 바보처럼 웃으며 말해서 그런가.

"흐흐흐. 굿모닝~ 우리 아가 일어났어?"


아빠한테 삐쳐서는

"아빠 가! 가! 가라고!"

버릇없이 이렇게 외쳐도
아빠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시무룩해져
얼빠지고 멍청한 표정을 지어서 그런 건가.


매일 밟히고 얻어터지고도 정신 못 차리는 내게
참다못한 아내가 한 마디 던진다.

"오빠 그러다간 평생 걔한테 잡혀 살 걸?"

언젠가 단호한 아빠가 되겠다는 척하며
아내에게 답한다.

"응....... 여보 말이 맞아.......

 언젠가 계기가 한번 있겠지.
 그때 한번 내가 확 휘어잡아볼게."






그런데 하연아,
사실 이 말은......


뻥이야!


아빠가 엄마 안심시키려고 거짓말한 거야.


아빠는 바보여도 좋아.

하연이가 좋으면 아빠는 그냥 계속 바보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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