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너의 말로 아빠도 자란단다
품 안에 있던 딸이 물었다.
"아빠, 사랑이 뭐야?"
갑작스레 훅 들어온 심도 있는 질문에 당황한 나는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응? 사랑? 음...... 그게... 음... 뭐지... 음... 좋아하고, 아껴주고, 챙겨주고, 생각해주고, 그런 좋은 말들 다 합친 거야. 음... 이게 아닌데... 뭐지...."
나는 되물었다.
"그럼 하연이는 사랑이 뭔지 알아? 뭔데?"
"그거....... 어려워......."
질문을 받았던 그날 한참을 생각해봤다.
과연 사랑이라는 게 무엇일까.
온종일 해답을 찾아보아도 사랑 그놈은 하나의 문장이나 한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녀석이 아니었다.
마흔을 넘겼는데도 사랑이 뭔지 속 시원하게 답해 줄 수가 없다니.
시간이 더 흘러 나이가 예순 살쯤 되면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삶의 경험이 더 축적돼야 정의를 할 수 있는 놈인 건가?
오히려 그 반대인 거 같다.
이제 겨우 36개월을 넘긴 아이의 말이 가장 정확한 것 같다.
사랑이란 건 너무 어려워서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것.
그래도 확실한 거 하나는 분명 있는 거 같다.
내가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면 느낄 수 있다는 것.
사랑이 뭔지는 모를지언정 내가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다음에 딸이 다시 물어보면 이렇게 대답해야겠다.
"사랑, 그건 어려운 거야. 그래서 굳이 정의할 필요 없는 거야. 하지만 하연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바로 느낄 수 있어. 아빠가 엄마를, 아빠가 하연이를 사랑하는 것처럼 말이야. 그러니까 그냥 느끼면 되는 거야. "